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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드라마 설**(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하루 만인 19일 오후 서명자가 빠르게 늘면서 정부의 답변 기준인 서명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다만 해당 글은 삭제된 것인지 20일인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배우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각각 남녀 주연을 맡은 ‘설강화’는 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방영 전인 지난 3월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하는 여학생의 사랑을 담은 시놉시스 내용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과 우려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해당 드라마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폄하하고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자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 드라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첫방송 이후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어 “간첩인 남자 주인공이 안기부에 쫓겨 도망갈 때 배경 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 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이며,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 소속 인물을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화 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설강화’의 광고 협찬을 담당했던 협찬사들도 논란과 거리두기를 위해 광고를 중단하거나 중단하려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도자기를 협찬한 도평요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어떠한 정치적 색깔도 없는 소규모 운영 회사”라며 “해당 드라마 대본 혹은 줄거리에 대한 사전 고지를 받은 바 없었고 협찬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 제품 협찬 건에 응했을 뿐 이로 인한 금전적 이득과 협찬 홍보는 일절 없었다. 해당 사항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에게 기업 로고 삭제 요청을 했고 모든 제품은 반환 처리했다. 협찬 전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알렸다.
한스전자 역시 ‘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 관련 항의를 받자 “드라마 내용은 어제 첫 방영 이후 알게 됐다. 작은 회사라 인원도 적어 이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마음 상한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작사에 요청해 광고 중단을 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18일 첫방송된 ‘설강화’에서는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다 안기부에 쫓기게 된 남주인공 수호(정해인 분)가 크게 부상을 당한 채로 여주인공 영로(지수 분)가 있던 호수여대 207호 기숙사로 숨어들어가는 장면이 그려졌다. 안기부 직원들이 기숙사까지 들어온 위급한 상황에서 피투성이인 남자를 발견한 영로는 그 남자가 6개월 전 방팅에서 만난 수호임을 깨닫고, 그를 구해주며 스토리 전개가 이어졌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3월에도 ‘설강화’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20만 명 이상이 서명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드라마 제작 단계인 만큼 방송 편성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방송 이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를 거치게 될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