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1년]올림픽 이후 더 암울해진 동계스포츠

  • 등록 2019-02-08 오전 7:58:53

    수정 2019-02-08 오전 8:09:51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사진=연합뉴스
컬링 전 여자 국가대표팀의 김경애(왼쪽부터)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년 2월 9일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을 올린 날이다.

올림픽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평창올림픽의 유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두운 그림자가 생각보다 크게 드리워져있다. 국민들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구축된 인프라가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동계스포츠는 올림픽 이전보다 훨씬 암울한 상황이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메달 효자 노릇을 했던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올림픽 이후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올림픽 전에 불거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미성년 시절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체육계 미투’로 이어졌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지탱했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종목에서 드러난 왕따 주행 논란은 빙상계의 뿌리 깊은 폐혜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올림픽 당시에도 뜨거웠던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채 ‘식물단체’로 전락했다.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와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던 여자컬링 대표팀 ‘팀 킴’은 지난해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 등 팀 지도자들로부터 폭언, 상금 착복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선수들의 폭로는 문체부 합동 감사로 이어졌다. 김 전 부회장과 대표팀 지도자들은 감사 도중 사퇴했다. 컬링에 쏠렸던 뜨거운 관심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졌다.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꿨던 귀화 선수들이 대회 후 대부분 한국을 떠났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민유라와 함께 ‘아리랑’에 맞춰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알렉산더 겜린은 후원금 문제 등으로 민유라와 갈등을 빚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김마그너스도 올림픽이 끝난 뒤 아버지의 나라인 노르웨이 국적을 선택했다. 남북 단일팀의 감동을 선물했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 가운데 랜디 희수 그리핀, 임대넬, 박캐롤라인, 박윤정, 이진규 등 해외파도 모두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돌아갔다.

스켈레톤 윤성빈과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서 기적 같은 메달을 수확했던 썰매 종목은 훈련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썰매 경기가 열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폐쇄됐다. 심지어 스타트 연습장까지 운영되지 않으면서 대표 선수들은 기본적인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국군체육부대는 내년부터 1차 모집 대상에서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빙상,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20대 초중반이 전성기인 동계 종목 선수들에게 상무 폐지는 선수생활을 접으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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