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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평창올림픽의 유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두운 그림자가 생각보다 크게 드리워져있다. 국민들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구축된 인프라가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동계스포츠는 올림픽 이전보다 훨씬 암울한 상황이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메달 효자 노릇을 했던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올림픽 이후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올림픽 전에 불거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미성년 시절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체육계 미투’로 이어졌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지탱했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던 여자컬링 대표팀 ‘팀 킴’은 지난해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 등 팀 지도자들로부터 폭언, 상금 착복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선수들의 폭로는 문체부 합동 감사로 이어졌다. 김 전 부회장과 대표팀 지도자들은 감사 도중 사퇴했다. 컬링에 쏠렸던 뜨거운 관심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졌다.
스켈레톤 윤성빈과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서 기적 같은 메달을 수확했던 썰매 종목은 훈련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썰매 경기가 열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폐쇄됐다. 심지어 스타트 연습장까지 운영되지 않으면서 대표 선수들은 기본적인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국군체육부대는 내년부터 1차 모집 대상에서 아이스하키를 비롯해 빙상,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20대 초중반이 전성기인 동계 종목 선수들에게 상무 폐지는 선수생활을 접으라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