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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회원 종목 단체의 폭력·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지난 14일에야 영구제명을 확정했다. 이기흥 회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은 물론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방증이다.
한국 체육계의 시련은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당선된 순간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기흥 회장은 2006년 우성산업개발 회장 재직 당시 횡령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일주일 뒤 사면됐다.
대한수영연맹 회장 재직 시절에는 연맹 간부들이 온갖 비리를 저질러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선수 선발, 이권 청탁, 월급 상납, 훈련비 횡령 등 ‘비리 종합세트’를 만들었다. 이기흥 회장 시절 와르르 무너진 대한수영연맹은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가 27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6월 간신히 정상화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기흥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린 같은 시간 문화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기흥 회장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체육계에서 반복돼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하고 방조한 책임은 대한체육회에 있다. 성폭력을 방조하는 ‘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을 깨트리고 체육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시작이 이기흥 회장의 사퇴 뿐이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 대한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연간 4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오영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대한체육회가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 공익 감사를 통해 대한체육회 운영에 대한 부분도 확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지위를 부여받은 독립적인 단체다”며 “문체부가 대한체육회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IOC가 정부의 NOC에 대한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