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를 보자]①강예원VS 진지희, 전쟁 같은 모녀 케미

  • 등록 2016-06-13 오전 7:00:00

    수정 2016-06-13 오전 8:23:51

‘백희가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엄마와 딸. 이 모녀는 불같은 성격을 자랑한다. 때리면 때렸지 맞는 법은 절대 없다. 벌을 서면서도 “예쁜 여자 처음 보냐”며 뻔뻔하게 군다. 지나치게 똑같은 두 모녀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딸은 엄마에게 “남들이 물어보면 엄마 없다고 말한다”고 말하고, 엄마는 딸에게 “나 벌주려고 태어난 애”라고 대꾸한다. 그래도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함이 두 모녀 사이를 붙잡아 놓는다. KBS2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연출 차영훈·극본 임상춘·이하 ‘백희’)의 강예원과 진지희다.

강예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모성애 연기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양백희(현 양소희)는 사연 많은 인물로 딸 옥희(진지희 분)를 지키고자 많은 것을 숨기고 산다. 사고뭉치 옥희가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리지만, 딸을 두둔하지 않는다. 오히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옥희는 그런 엄마에게 서운해 하지만, 백희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백희는 옥희를 도둑으로 몰아간 슈퍼 주인을 몰래 찾아가 시원하게 복수한다. 시종일관 옥희에게 차갑게 대하며 압박하는 남편 신기준(최필립 분)에게는 빨래를 던지며 조용히 경고한다.

그런 백희에게 지지 않는 옥희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옥희는 불량학생이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과 맹랑한 말대답으로 어른들을 공포로 몰아간다. 엄마를 닮아 끼 많은 옥희는 가수를 꿈꾼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금을 모아 서울로 갈 생각뿐이다. 그 과정에서 아낌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세 아빠 후보를 만나면서 옥희의 마음도 서서히 열린다. 금연초를 피다 비닐하우스를 태워먹고, 귀찮게 구는 동급생들을 제압해 ‘짱’이 된 옥희이지만, 실은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은 열여덟 살이다.

거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인상적이다. 백희는 복잡한 인물이다. 현재 백희는 차분하고 예민하다. 종종 과거 성격이 드러나는데, 18년 전 백희는 거침없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패기 넘치는 소녀였다. 다양한 측면을 지닌 백희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이가 강예원이다. 스크린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강예원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진지희의 성장은 눈부시다. 또래 청소년 배우들이 다수 활약하고 있지만, 진지희만큼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표현하는 배우도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답이 나온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선 천방지축 민화공주였고, 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2013)에서는 중학생 미혼모였다. 영화 ‘고령화가족’(2013)에서도 담배를 태우고 가출을 하는 불량청소년이었다. 또래의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낼 때 진지희는 특히 빛났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 속 ‘빵꾸똥꾸’ 시절부터 쌓아온 그의 내공이기도 하다.

‘백희’는 4부작으로 끝난다. 근래 보기 드문 전쟁 같은 두 모녀, 그리고 강예원과 진지희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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