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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영화’였던 시절
아이돌 가수가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첫 사례는 말 그대로 ‘아이돌 영화’라는 말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1998년 젝스키스가 출연한 ‘세븐틴’이나 2000년 H.O.T가 주연한 ‘평화의 시대’, 2007년 슈퍼주니어가 나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배우에 꿈을 갖고 연기에 도전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팬덤을 겨냥한 서비스 차원의 콘텐츠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평화의 시대’는 H.O.T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총출동해 팬들의 지갑을 열었다.
△흑역사로 기억되는 시절
대부분이 ‘흑역사’로 기억되는 시절이다. 대중의 관심을 샀던 ‘뜨거운 것이 좋아’의 소희와 ‘포화속으로’의 탑은 연기력에 발목을 잡혔다. ‘포화속으로’는 어느 정도 흥행의 맛도 봤지만 일각에선 “빅뱅 팬덤만 본 영화”라는 지적도 내놨다. ‘악플도 관심’이라는 말처럼 두 사람의 경우는 나았다. ‘순정만화’는 기억하는 대중도 많지 않을 뿐더러 공포 장르에 도전한 지연, 은정은 이미지에 함몰된 작품 선택으로 배우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운 소리를 들었다.
△수지와 임시완의 ‘잭팟’ 시절
고생 끝에 낙이 왔다. 2012년 미쓰에이의 수지는 ‘건축학개론’이라는 ‘인생 작품’을 만났다. 멜로 영화로 국내에서 4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 청초한 미모에 인상적인 연기까지 겸비된 수지는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전무후무한 ‘국민 첫사랑’ 캐릭터로 사랑 받았다. 수지와 함께 ‘스크린 잭팟’을 터트린 또 다른 주인공은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이다. 2013년 천만 돌파에 성공한 ‘변호인’에 출연했다. 송강호, 오달수, 김영애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아이돌의 승승장구’가 기대되는 앞으로
아이돌의 스크린 도전은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했다.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는 공식은 아직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되면 망한다’는 타산지석은 축적됐다. 이제 막 연기에 눈을 뜬 ‘신인 아이돌 배우’에겐 고마운 시절인 셈이다. 엑소의 도경수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분위기다. 규모는 작았지만 의미는 깊었던 ‘카트’라는 영화를 스크린 데뷔작으로 선택했다. 비중에 욕심을 버리고, 감당할 수 있는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한 덕에 호평 받았다. 조정석, 박신혜가 출연하는 ‘형’에서 주연을 꿰차 내년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의 스크린 도전도 이어진다. 수지는 류승룡, 송새벽과 호흡을 맞춘 판소리 영화 ‘도리화가’로 곧 관객과 만난다. 임시완은 ‘오빠 생각’이라는 영화에 출연을 확정, 고아성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휴먼 대작이다.
‘꺼진 아이돌도 다시보자’는 분위기 전환까지 감지되고 있다. 기회는 안소희가 잡았다. 공유와 마동석, 정유미 등과 호흡을 맞춰 촬영을 끝낸 ‘부산행’에 탑승했다. 이상 바이러스로 뒤덮힌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기를 담은 블록버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