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6년의 촛불이 칸의 스포트라이트로..‘끝까지 간다’가 通했다

  • 등록 2014-05-19 오전 7:30:00

    수정 2014-05-19 오전 7:30:00

김성훈 감독.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집에 돌아가서 후회할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다. 7년 반 정도 됐는데 그 중에 시나리오를 구상한 게 6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동안 이 작품 외엔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즐겁지 않았지만 끝은 보일 것 같았다. 희미하더라도 밤을 밝히는 건 초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많은 반대나 장애도 있었지만 내가 재미있었기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초 하나로 등대의 빛을 비추지 않았나.”

김성훈 감독의 작의는 이 영화 자체였다. ‘끝까지 간’ 김성훈 감독이 만든 ‘끝까지 간다’가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초에서 등대가 된 ‘끝까지 간다’가 현지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과 조진웅이 주연한 작품. 건수(이선균 분)라는 한 남자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이후 또 다른 남자인 창민(조진웅 분)과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범죄, 코미디, 액션 영화다.

‘끝까지 간다’ 포스터.
김성훈 감독은 18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1시 20분께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인근에 위치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E)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오전 9시 전 세계 매체를 상대로 한 프레스 스크리닝 이후 박수갈채와 호평 세례를 받은 김성훈 감독은 “꿈은 잘 때만 꾸는 건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칸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성훈 감독이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속 ‘양손 제스쳐’는 김성훈 감독의 전형적인 포즈다.(사진=쇼박스 제공)
짧은 점심 시간을 갖고 재회한 김성훈 감독은 다시 차분한 모습이었다.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블랙 유머는 김성훈 감독의 캐릭터와 여전히 닮아있었다.

김성훈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살짝 봤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웃을 부분이 아닌데 ‘빵’ 터지더라. 번역을 잘 해주신 것 같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나 이해할 만한 것들도 있었는데, 이 분들도 받아들여줬다는 게 신기하더라. 공무원 이야기가 특히 그랬는데, 프랑스 기자한테 여쭤봤더니 ‘이곳 공무원도 무탈하게 정년 퇴직하는 게 꿈이다’고 다 똑같더라고 얘기하더라”며 웃었다.

‘끝까지 간다’ 스틸.(사진=쇼박스 제공)
김성훈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만의 ‘블랙유머’로 통하는데 성공했다. 평단의 반응도 ‘블랙 코미디’라는 부분에 집중한 부분이 있고 시사회 반응에서도 웃음이 곳곳에서 터졌다.

김성훈 감독은 “웃음에 대한 욕망은 크다. 웃음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의외의 장면에서 웃는다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계속 지켜봐야겠다. 코미디 영화로 포장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좋다. 영화의 본질만 변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오른쪽)이 칸 영화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강민정기자)
김성훈 감독은 칸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놀이공원에 놀러온 것 같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런 기분이다”는 것. 이번 칸 초청을 계기로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그게 한다고 될까”라며 눙쳤다. 김성훈 감독은 “이걸 통해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좀 위험할 것 같다”며 “‘끝가지 간다’를 처음 할때 생각했던 ‘재미있을 것 같다, 조금은 차별화가 될 것 같다’는 초심만 지키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성훈 감독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칸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 내 극장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스크리닝에 참석한다. 830여석의 극장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이 ‘끝까지 간다’에 반응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성훈 감독은 21일까지 칸에서 머문 뒤 귀국한다. 29일 국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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