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강승모가 지난 6월28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썬뮤직 스튜디오에서 ‘무정부르스 탄생 30년 기념 콘서트’ 리허설에 몰두하고 있다.(사진=고규대기자) |
|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트로트(Trot)는 살아있다. K팝 그룹이 세계로 뻗어가는 요즘, 라디오와 케이블채널에는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트로트의 세박자 리듬이 들려온다. 트로트와 함께한 가수들의 인생을 더듬어봤다.<편집자주>
“트로트는 어찌보면 민요 아닐까요? 진화보다는 보존이 먼저죠.”
가수 강승모에게 트로트는 인생의 ‘전부’다. 전성기 시절에는 조용필의 음색과 비교됐을 정도다. 1983년 1집 앨범 ‘강승모’로 가요계에 데뷔한 후 ‘강승모 베스트 I, II’, ‘바지랑대 위에 보라색 모자’(1988년), ‘Violet & Purple’(1992년) 등을 선보였다. ‘눈물의 재회’ ‘무정부르스’ ‘유정부르스’ 등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그런 그에게 트로트는 어떤 의미일까?
“성인가요, 다시 말해 트로트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에요. 열일곱살부터 기타를 치고, 트로트를 부르면서 잊지 않은 게 사람의 감정이었죠. 감정을 담아내는 것, 애환을 이야기하는 것, 트로트의 매력이죠.”
강승모는 트로트를 컴퓨터로 만드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감정을 담아내는 데 실제 악기의 연주, 그 악기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게 강승모의 말이다. 신세대풍 트로트는 빠른 리듬에다 아이돌그룹의 노래처럼 알 수 없는 가사가 많다. 강승모는 “돌연변이같은 트로트”라고 평했다.
“트로트는 위안을 주는 노래이고, 애인, 가족, 친구에 대한 노래죠. 요즘에는 사상이 없이 성적이고 파괴적인 가사와 멜로디만 남은 거 같아요.”
| 가수 강승모가 지난 6월29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무정부르스 탄생 30년 기념 콘서트’를 성황리에 끝냈다.(사진=고규대기자) |
|
강승모는 지난 6월29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무정부르스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2회를 열었다. 가수 남궁옥분을 비롯해 강은철, 유상록, 김태정, 혼성그룹 퍼스트 등이 절친한 동료들이 게스트로 참석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말 1000석 규모의 공연을 계획 중이다. 그가 이끄는 ‘강승모 밴드’와 기타리스트 타미김, 건반주자 조현석 등 내로라하는 세션도 함께했다. 2회 합쳐 1500석을 꽉 채웠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인터파크 등 예매사이트에서 팔린 표가 20여장 밖에 안된거죠. 나머지는 제 주위의 인맥과 제 팬들이 사주신 거죠. 중견 가수가 공연을 열면 의외로 표가 잘 안팔려요. 방송사에서 10여 명의 가수들을 불러놓고 대규모 공연을 수시로 하니, 돈 내고 공연을 보려는 이들이 있을까요? 요즘에는 케이블에 성인가요채널마저 생겨 더 한 것 같아요.”
| 가수 강승모. |
|
강승모는 ‘미사리의 황제’로 불렸다. 고 이종환과 함께 작은 무대에서 팬들과 부대끼는 공연 문화를 만들어냈다. 작은 축제가 매일 열리는 미사리 카페촌이 어느새 상업화되면서 그가 꿈꾸는 공연 문화도 점차 사라졌다. “라이브 클럽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게 아쉬워요. 가수들의 개런티 욕심도 문제지만, 팬들이 염증을 느낀 게 가장 큰 이유죠. 저는 작은 공연 무대라도 팬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겁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가수가 되는 것,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