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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2009년 3월 장자연 죽음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명확해진 것은 없다. 진위 여부에 휩싸인 장자연 친필 편지는 가짜로 판명 났고,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사회 고위층들은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성상납을 주도했다고 지목됐던 소속사 대표 김 모씨는 ‘폭행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으며 법망을 빠져나왔지만, 망자는 말이 없었다.
불발된 ‘대형 폭탄’을 다시 건드린 최 감독은 방어벽을 세워두고 있었다.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을 뿐, 이 영화는 허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재판 결과에 대해 물을 때마다 “내가 가치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부끄러워해할 사람은 부끄러워했으면 한다”고 했다. ‘노리개’는 18일 개봉한다.
-첫 장편영화 찍은 소감은.
▲많이 아쉽다. 2월 개봉을 목표로 준비로 해서 프리(촬영 전 준비)기간이 짧았다. 일반 상업영화에 비하면 예산이 적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줄였다. 거악으로 설정된 사람이 거대 신문사 대표다. 외압 있지 않겠냐 싶어 정권 바뀌기 전에 빨리 개봉하려했다.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지연됐다. (영화 속 연예인 성상납을 받는 현성봉(기주봉 분) 한국신문 대표는 변태적 성행위를 즐기는 거악으로 묘사된다.)
-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나
▲난 정치적 의식이 높거나 사회적 문제에 관심 많은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추천으로 들은 ‘나는 꼼수다’에서 장자연 사건 1심 결과를 들었는데, 혐의가 쪼그라들어 있었다. 국민들 상식과 멀다고 생각했다. 안됐다 생각하다가, 당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개봉하고 나서 뭘 할까 고민하던 중에 그 사건이 떠올랐다. 마침 2심 판결이 날 때였다. 매니저 보다 소속사 대표의 형량이 더 낮아진 것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영화 제작 전 취재는 어떻게 했나
▲2차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다. 2000년대 이후 성상납 자료를 봤다. 그리고 실제로 연예인 하다가 부득이한, 아마 그런 사정(성상납)으로 그만둔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그 친구들이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다. 상처를 받고, 꿈이 꺾인 친구들이다. 피해의식이 심하다. 이야기 꺼내는 거 자체가 미안할 정도다. (소속사에서)금방이라도 뭔가 해줄 거 같이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람을 애 닳게 만든 다음에 뭔가 안 좋은 제안을 하는 식이라고 했다.
- 장자연 소속사 대표, 매니저 등은 만나봤나
▲모른다. 알게 되면 더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되는데, 아예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장자연 사건’은 진실싸움이 돼버렸다. 어떻게 보나.
▲가치 판단할 위치도 아니고 입장도 아니다. 법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으로 충분히 다뤄졌다. 하나의 사건으로 모티브를 삼아 영화를 만들었을 뿐, 어떠한 가치 판단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대신 부끄러워해야할 사람이 있으면, 부끄러워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모티브를 장자연 사건에서 따왔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국회위원이었다. 하나의 집단이니까. 어떤 사람을 지칭했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치하는 사람은 논란에 단련이 돼있다. 제작사 대표하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직구로 갈까, 아님 변화구로 갈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에둘러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결론을 냈다.
- 최근 법원이 내린 조선일보 사장의 무혐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
- 영화속에서 언론사 대표에 비해 소속사 대표가 덜 나쁘게 나온다.
▲회상을 통해 1~2 장면이내에 악마성을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소속사 대표를 좀 더 세게 보여줄 수 있겠지만, 약간은 의뭉스럽고 슬라이(sly, 음흉한)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영화의 마지막 성상납신이 적나라하더라.
▲적나라하다. 좀 세게 갔다. 주인공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임팩트 있어야 했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좀 과한 면이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갔다.
- 죽은 사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 유족를 만나 동의를 구했나
▲만나지도 않았고,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 시사회 이후 외압은 없었나?
▲특별하게 들어온 건 없다. 영화계 내부적으로 알아서 긴 부분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은 든다. (제작단계에서)투자 다 해줄 거 같이 하다가 마지막에 감독 교체 같은 조건을 달았다. 시나리오를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뜻이다. 그런 제안이 있어, 제작사가 일주일 정도 고민했다. 실화를 모티브를 했지만, 실화는 아니다. 법정 장면 자체가 가공의 장면이다.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하고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제작사는 내가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봤다.
- 이력이 특이하다.
▲법학 전공했고, 엉덩이가 가벼워 고시는 한번 보고 때려 치웠다. 직장생활 5년 정도했다. 반골기질이 있다. 남이 싫은 말 하는 거 못 듣는다. 부당한 업무지시를 잘 못 따른다. 어느 시점에서 정말 하고 싶은 게 뭔가하고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영화가 하고 싶더라.
- 끝에 인권위원회 실태보고서 자막이 나온다.
▲꼭 다 알아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연예계 종사자 중 60%가 성상납 제의를 받는다. 소재에 대해 먹먹함을 느끼고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관객들도 먹먹함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는 다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다. 거기다 항거하기 힘든 폭력을 당한 사람이 죽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장자연은 하나의 대표적 사건일 뿐이다. 너무나 많은 유사한 일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될 거다. 누군가 그런 식으로 일할 것이다.
- 실화를 바탕이라 부담이 되지 않았나.
▲(장자연 사건을)모티브로 삼기는 했지만, 시나리오 쓰고 나서는 그 부분은 머릿속에서 뺐다.영화 속 여 주인공에 상당히 감정이입이 됐다. 캐스팅도 힘들었고, 왜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냐고 생각 많이 했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만약 살았으면 이런 영화도 안 만들었을 텐데. 불쌍하다고 토닥거리고, 반 미친놈이었다. 술 먹고 혼자 걔(주인공) 생각에 울기도 하고.
- 눈물이 많나.
▲남자 치고는 눈물이 많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된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엿’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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