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 + 부부젤라’ 절묘한 2중주 응원

  • 등록 2010-06-14 오전 7:45:10

    수정 2010-06-14 오전 7:45:10

[경향닷컴 제공] 부부젤라의 굉음에 눌려 한국 응원단의 소리가 묻혀버릴 것이라는 우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었다. 부부젤라가 지구 반대편에서 온 꽹과리를 만나 탄생시킨 2중주는 남아공에 한국 응원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았다.

12일 한국과 그리스의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이 열린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 ‘뿌우~’하고 120㏈에 달하는 부부젤라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려퍼지던 전반 중간쯤 신기한 소리가 울려퍼져 한국 응원단의 귀를 의심케 했다.

그 소리는 남아공인들이 부부젤라로 꽹과리 소리에 맞춰 한국 응원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꽹과리가 ‘짜작자작짝’ 부분을 치면 부부젤라가 ‘대~한민국!’ 부분을 불었다. 완벽한 리듬이었다. 소음으로만 들리던 부부젤라 음성이 꽹과리를 만나면서 균형을 찾은 듯했다. 그라운드에 울려퍼진 이 메가톤급 응원은 전반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됐다.

하프타임에 이 이색응원의 진원지로 찾아가 보니 보췡 라모코카라는 흑인 남자 어린이가 꽹과리 연주를 주도하고 있었다. 모자에 ‘아프리카를 돕는 사람들’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아서는 한국에서 온 선교단체 사람들에게서 배운 듯했다. 그는 “한국인 선생님에게 꽹과리를 배웠다. 응원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주변의 부부젤라들이 한국 응원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부부젤라를 불던 러셀 클라크는 “한국 응원 리듬은 처음 접하지만 함께 하다보니 신나고 재미있어 계속 했다”고 말했다.

부부젤라는 시끄럽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심한 소음을 일으키는 부부젤라를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이 일어날 정도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는 사용하기에 따라 좋은 응원 도구가 될 수 있다. 꽹과리와 부부젤라의 협력 응원이 있었던 그리스전에서는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다음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도 힘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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