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빠진 공 차는 '치안부실' 소웨토… 그래도 축구 덕분에 행복한 사람들

  • 등록 2010-05-14 오전 8:03:48

    수정 2010-05-14 오전 8:05:40


[조선일보 제공] 요하네스버그 남서부의 소웨토(Soweto)에 들어가는 데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소웨토는 요하네스버그에서도 치안 불안으로 가장 악명높은 곳이다. 유색 인종 격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엔 흑인 외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주말인 지난 8일(토요일) 기자는 요하네스버그를 안내한 유학생 김주성(22·프리토리아대학)씨에게 "소웨토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는 "남아공에서 산 지 10년이지만 소웨토는 한 번도 안 가봤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흑인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며 망설이는 그를 어렵게 설득했다.

소웨토에는 요하네스버그 인구의 1/4인 130만명가량이 살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데스먼드 투투 주교 등 두 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거주지로도 유명하다.

막상 들어서자 한낮의 소웨토 중심부는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대형 쇼핑몰인 마포냐(Maponya)는 주말을 맞아 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월드컵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은 노랑과 초록이 겹친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웨토를 빈민들의 집단 거주지로 생각한 것은 오해였다. 그곳에도 상류층부터 중산층까지 다양한 계층이 살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형적인 빈민가 모습이 나왔다. 아이들은 쓰레기가 널린 곳에서 맨발로 바람 빠진 공을 차고 있었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말을 걸자 동네 청년 2~3명이 다가왔다. 기자 일행을 향해 "뭘 찍는 거냐"며 약간 위협적인 몸짓을 보였고 한명이 "노 카메라"라고 외쳤다. 더 이상 머물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재빨리 발을 돌렸다.

소웨토 빈민가는 한국의 1950·60년대 판자촌 같았고, 곳곳에 빨래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동네 구멍가게엔 먼지 앉은 사탕과 불량 식품처럼 보이는 아이들 먹을거리가 널려 있었다. 캔 콜라를 달라고 하자 주인이 "캔 콜라는 없다"면서 2ℓ들이 페트병을 내밀었다. 가난한 동네여서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캔 콜라는 팔지 않는 것 같았다.

빈민가 주민인 50대 여성 응골라씨는 동양인인 기자 일행을 보더니 반색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월드컵에서 행운을 빈다. 꼭 승리해라. 우리 모두 축구 덕분에 행복하다"고 했다.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으로 알려진 소웨토였지만 이곳 사람들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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