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에 월드컵 트로피 있다

전용 여객기로 모시고 2명이 24시간 '호위'

한국 4박5일 안전원 등 20명만 대동

호텔객실 5개 잡아놓고 한 방에 극비로 모셔놔
  • 등록 2010-04-19 오전 8:06:30

    수정 2010-04-19 오전 8:06:30

[조선일보 제공]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에서 우승해 'FIFA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을 꾼다. 높이 36.5㎝에 18K 금으로 제작된 무게 6.2㎏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트로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상징물 중 하나이다. 이 월드컵 진품 트로피가 19~23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월드컵 트로피는 유명세만큼 '귀하신 몸'으로 대접을 받는다.

■전용기 이동… 물샐틈없는 경호

월드컵 트로피는 지난해 9월 월드 투어를 시작, 오는 6월 11일 남아공 대회 개막 때까지 84개국을 돌며 팬들을 만난다.

한국은 81번째 방문국이다. 트로피는 일반 여객기가 아니라 전용기인 맥도넬 더글러스 사의 MD-81 기종으로 이동한다. 이 비행기는 최대 170여명을 실을 수 있지만, FIFA관계자와 트로피 월드투어 행사권자인 코카콜라 관계자, 안전요원 등 단 20여명만 타고 트로피를 운반한다.

전용기 내부는 월드컵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기념물로 장식돼 있다고 한다. 트로피는 비행 도중 기압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압력 조절 장치를 갖춘 고어텍스 소재의 특수 충격방지 트렁크에 실린다. 이동 중에는 트로피를 가방에서 꺼내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FIFA 관계자도 비행 중에는 트로피를 볼 수 없다고 한다.

한국에 도착한 뒤 직접적으로 트로피 안전을 담당하게 되는 요원은 모두 6명. 그중 2명은 코카콜라 본사에서 파견하고, 나머지 4명은 국내 경비요원이 담당한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본사 보안 요원들은 전직 경찰 및 수사 요원들로 구성된다"며 "이동 중엔 트로피 가방을 반드시 본사 보안 요원이 손으로 들고 다니게 돼 있다"고 밝혔다.

■호텔선 어느 방에? 아무도 몰라

방한 기간에 월드컵 트로피는 남산의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 머물게 되지만 트로피가 머무는 방 번호는 '비밀'이다. 힐튼 호텔 관계자는 "객실 배정을 담당하는 전산 담당 직원들도 트로피 룸 번호를 모른다"며 "최고 경영층 등 몇 명만이 방 번호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FIFA와 코카콜라 측은 대형 스위트룸 1실과 일반실 4개 등 모두 5개의 방을 예약했으며, 트로피는 일반실 한 곳에 보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피 룸 앞에서는 최소 2명의 경비요원이 24시간 밤샘 경비를 서게 된다. 이 일반실 4곳은 '커넥팅 도어'를 통해 방 내부에서 서로 연결되며, 보안 요원들이 직접 투숙하기 때문에 사실상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FIFA 측이 트로피 보안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트로피 도난 사고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초대 트로피인 '줄리메 컵'은 1966년 영국에서 전시 도중 도난당했다가 인근 숲에서 발견된 일이 있다. 또 1970년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3번째 우승을 하면서 줄리메 컵을 영구 보존하게 됐지만, 브라질 축구협회가 1983년에 도둑들에게 도난당해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줄리메 컵은 도둑들에 의해 해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의 FIFA 월드컵 트로피는 1974년부터 줄리메 컵을 대신하고 있으며, 우승국은 모조품을 받고 FIFA가 진품을 보관한다. FIFA 측은 1974년부터 2006년 대회까지 우승한 9개국의 이름을 트로피 바닥에 새겨 놓았는데, 2038년 대회 이후에는 국가명을 새길 바닥 공간이 없어질 전망이어서 '제3대 트로피'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FIFA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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