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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이동공격은 제 밥줄이에요."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의 센터 지정희(25·1m80)는 이동공격 얘기가 나오자 까르르 웃었다. 같은 팀 세터 이숙자(29·1m75)와 호흡이 척척 맞아 요즘 공격이 잘 풀리기 때문이다. 지정희는 "언니는 나보다 4살이나 많은데 무게를 잡지 않아요. 개그도 언니가 항상 먼저 한다니까요"라며 미소지었다.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둘은 쉴 새 없이 웃음꽃을 피웠다. 지정희가 공을 무릎 위에 올리자 이숙자가 불쑥 공 위로 턱을 내미는 포즈를 취했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동공격의 달인' 이숙자·지정희 콤비를 26일 경기도 이천의 GS칼텍스 체육관에서 만났다.
■ 이동공격은 '매복 공격'
이동공격은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하는 공격이다. 선수가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하는 일반적인 배구 공격과 구분된다. 선수들은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자리이동(로테이션)을 하는데 지정된 원래 자리에서 좌우로 옮겨 공격하면 이동공격으로 인정된다. 이동공격을 하는 선수는 잘 보이지 않는 세터 뒤쪽에서 돌아나가 갑자기 스파이크를 한다. '매복 공격'의 성향을 띠기 때문에 수비 입장에선 골치가 아프다.
이동공격은 속공에 가까운 순발력이 요구된다. 속공처럼 세터와 공격수 간의 거리에 따라 A퀵·B퀵·C퀵으로 나눠 볼 수 있다. A퀵은 세터와 공격수 위치가 1~2m, B퀵은 약 3m, C퀵은 그 이상이다. 이숙자와 지정희는 백C퀵(세터가 머리 뒤쪽으로 토스) 이동공격이 주 무기다. 이동공격은 공을 띄워 주는 세터와 네트 중앙에 위치한 장신 공격수인 센터의 타이밍과 움직임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 스피드·위치가 생명
이동공격은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움직여 상대팀 블로커를 따돌려야 한다. 상대 블로킹 높이가 낮은 쪽을 미리 파악하고, 그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은 "파워 대결에서 승부가 갈리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스피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공격이 자주 쓰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26일 현재 팀 이동공격 부문 2위(성공률 36.84%)를 달리고 있다. 지정희의 이동공격 성공률(52.17%)은 현대건설의 외국인선수 케니, 흥국생명 황연주 다음이다. 하지만 이동공격의 범위는 리그에서 가장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숙자는 "지정희는 승부가 걸린 결정적인 상황에서 믿고 쓸 수 있는 공격수"라고 했고, 지정희는 "이동공격 1위를 해서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