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호주전 특집③> 허정무와 베어벡, 야릇한 재회

  • 등록 2009-09-05 오전 9:32:09

    수정 2009-09-05 오전 11:37:15

▲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과 핌 베어벡 호주대표팀 감독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5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호주의 평가전은 양 팀의 사령탑 허정무 감독(한국)과 핌 베어벡 감독(호주)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경기다.

비슷한 시기에 각각 아시아 최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과 호주의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전-현직 한국대표팀 사령탑'이라는 남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인물은 '진돗개' 허정무 감독이다. 1998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해 2000년 11월까지 A팀 수장으로 활약했다. 재임 기간 중 이영표(31, 알힐랄), 박지성(28,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 무명에 불과하던 선수를 과감히 발탁해 대표팀의 기둥으로 삼은 건 아직까지도 주목받는 치적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 진행 중이던 2007년 12월, 7년간 이어져 온 '외국인 지도자 시대'의 막을 내린 인물 또한 허 감독이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후엔 최종예선을 무패(4승4무)로 통과하며 7연속 본선행을 이끌어 한국축구의 저력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한편 베어벡 감독은 '한국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주인공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필하며 4강 신화에 기여했고, 2006독일월드컵에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도와 대표팀의 전반적인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2007아시안컵을 앞두고는 감독직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다.

4일 열린 한국-호주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과 전술, 플레이스타일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배경이다.

두 감독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양 팀의 맞대결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요소다.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07년 5월, 영국인 축구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경기에서 패한 전남이 대표팀 소집일 새벽에 훈련을 실시해 전남 소속 대표팀 멤버들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며 허정무 당시 전남 감독에게 불만의 화살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사실무근이며, 당일 훈련일지를 공개해 의혹을 풀 용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나, 이후 베어벡 감독이 사퇴하면서 두 감독이 오해를 풀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4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두 감독은 한 목소리로 불화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베어벡 감독은 "허정무 감독과 불편한 관계라는 소문은 근거가 없다. 허 감독은 능력 있는 지도자이며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분"이라고 했고, 허 감독은 "서로 등을 돌릴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 잘못 확대해석된 것"이라 화답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같은 장소에 함께 모여 기자회견을 여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각각 그랜드힐튼호텔(베어벡 감독)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허정무 감독)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대표팀'이라는 공통분모에 속해 있으면서도 각자의 목표와 이상을 위해 정면승부를 벌이게 된 두 지도자의 맞대결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허정무 감독과 베어벡 감독의 '야릇한 재회'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관련기사 ◀
☞<한국vs호주전 특집①> 3대 관전 포인트
☞<한국vs호주전 특집②> 박지성, 역할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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