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치어리더라고 하면 야구장과 농구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미녀들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치어리더에도 국가대표가 있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있다.
지난 12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 체조실.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박진감 넘치는 율동에 맞춘 힘찬 응원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 최초로 선발된 국가대표 치어리더 24명(여자 16명, 남자 8명)의 목소리였다. 이들은 오는 22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ICU(International Cheer Union·세계응원연맹)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ICU 선수권대회는 전 세계 약 40개국 500여 개 팀이 출전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치어리딩 대회다.
태극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던 국가대표 치어리더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앞·뒤로 텀블링했다. 2~3명을 들어 올려 순식간에 인간 피라미드를 만드는 묘기도 선보였다. 치어리더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브링잇온(Bring It On)'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거론되는 당당한 스포츠
◆한국의 치어리더, 세계에 도전장
국내 치어리딩 인구는 2000여명. 외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대한치어리딩협회는 2003년 결성됐고 지난해에야 세계연맹에 가입했다.
고교생과 대학생을 주축으로 지난 3월 말 소집된 24명의 국가대표들은 스폰서도 구하지 못해 1인당 대회 참가비 약 68만원을 직접 부담했다. 항공료와 숙식비는 ICU측이 제공한다.
한국의 첫 치어리더 대표팀은'햇병아리'들이지만 열정만큼은 뜨겁다. 지난해 ICU 클럽대항전에 참가했다가 예선 탈락한 청심국제고 학생 2명은 다른 친구 4명과 함께 다시 도전장을 냈고, 고1 때부터 응원부에서 활동한 삼일공고 3학년 4명도 가세했다. 치어리딩 지도자를 꿈꾸는 덕성여대 사회체육과 10명과 체조의 영역을 확대해보고 싶은 안양과학대 체조전공 학생 4명도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훈련에 몸을 던졌다. 처음 해본 동작에 손목, 발목이 아프고 땀이 뚝뚝 떨어졌지만 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하면 할수록 더 힘이 나요. 우리 응원으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신났으면 좋겠어요."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하는 한국의 새내기 치어리더 24명의 목소리엔 희망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