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이마에 마오리족 문신을 새긴 그는 뜻밖에 얼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해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렇게 거대한 행사인지도 잘 몰랐고요. 솔직히 조금 무섭습니다." 얼굴과 몸집은 전성기의 두 배로 불어난 듯했고, 특유의 웅얼거리는 혀 짧은 소리는 그대로였다.
그가 칸을 찾은 이유는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다큐멘터리 '타이슨' 때문. 20년 지기(知己)인 영화감독 제임스 토백(Toback)이 타이슨의 인생을 스크린에 옮겼다. "맨정신이 된 지 15개월 됐다"는 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약물중독 치료센터 신세를 지고 있었다.
이 영화로 타이슨이 돈을 벌지는 미지수다. 다만 타이슨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관객의 선입관은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자랑스러웠던 시절에 대한 미화보다는 부끄러웠던 시절에 대한 반성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본인의 입을 통해서다. "어렸을 때 나는 혀 짧은 소리한다고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다큐 '타이슨'은 강간·폭력·수감·약물·파산으로 얼룩져버린 짐승 같은 사내의 내면을 그의 눈물과 함께 보여준다.
기자회견을 끝내며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혹독한 비판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