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FA 제도 개선의 난점

  • 등록 2007-11-15 오전 10:39:33

    수정 2007-11-15 오전 10:39:33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LG 투수 류택현이 현행 FA 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보상선수 조항 때문에 몸값 수준이 낮은 FA 자격 취득자들은 실질적으로 권리 행사가 어렵다는 얘기다.

류택현은 다행히 FA 선언을 해 LG와 최대 3년간 6억4,000만원에 재계약했지만, 다른 많은 FA 자격 취득 선수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원소속구단과 미리 재계약하지 않는 한 누구나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FA 제도에는 아주 무거운 보상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 출신 FA를 취득하는 팀은 원소속구단에 보호선수 18인을 제외한 나머지 중의 1명과 해당 FA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를 줘야 한다. 또는 보호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450%를 줘야 한다.

두 가지 보상 조건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원소속구단의 권한이다. 몸값 보상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보호선수 18인보다 가치가 낮은 선수는 사실상 FA 자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 보상 조건을 가볍게 하는 건 좋은 방안이 아니다. 몇몇 돈 많은 구단이 부담 없이 다른 팀 출신 FA를 싹쓸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호선수가 20인에서 18인으로 축소된 것도, 삼성이 2004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심정수와 박진만을 쓸어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FA 선수의 등급에 따라 보상조항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그렇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류택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김동주를 데려갈 때는 보호선수 18인 이외의 선수를 내주고 주형광을 데려갈 때는 아무도 안 줘도 된다는 식의 제도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다만 문제는 선수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다. 이것이 큰 난제다.

첫째로 류택현의 주장대로 선수의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대체로 가치가 높은 선수가 연봉이 많으므로 일견 이 방법은 타당하다. 그러나 어떤 베테랑들은 시장 가치에 비해 과도한 연봉을 받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LG에서 진필중이 FA 자격을 얻는다고 할 때, 그에게 연봉 1억원 이상을 주며 계약할 팀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의 전년도(즉 2007년) 연봉은 4억원이었다. 그러면 A급 FA로 분류될 것이다. 보상선수나 보상금 조항도 무겁게 적용될 것이다. 사실상 FA 자격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수를 등급별로 나누는 취지에 맞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등급별 연봉의 기준을 정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우선 이전에 FA 계약을 한 번 이상 했던 선수들의 경우, 계약금을 연봉에 포함할 지가 애매하다. 그리고 정확히 연봉 얼마부터를 A등급, 또 얼마부터를 B등급으로 할지 알 수 없다. 설령 금액 기준을 한 번 정한다 하더라도 해마다 새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둘째로 FA 선수가 새로 계약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보상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 시장 가치를 반영하므로 위의 안보다 좀 더 합리적이다. 기존 연봉이 얼마였든, 이번에 4년간 50억원짜리 계약을 하면 A등급 FA이고, 1년에 8,000만원짜리 계약을 하면 최하 등급 FA가 되는 식이다.

그러면서 최하등급 FA를 데려가는 팀은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주면 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주형광 이영우 최기문 이도형 같은 선수도 FA 선언을 해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이면계약의 난무다. FA를 데려가는 팀 입장에서는 금액이 적을수록 유리하므로, 실제 주는 돈보다 적은 금액을 계약 조건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플러스 마이너스 옵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도 난감하다. 몸값으로 포함하기도, 포함하지 않기도 어렵다. 아울러 첫째 안과 마찬가지로 등급별 금액 기준을 얼마에 둘 지도 정하기 쉽지 않다.

셋째는 해당 FA 선수의 최종 연도 성적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쓰고 있는 방법이다. 성적이 곧 가치를 의미한다는 점, 그리고 성적은 속일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기관에서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등급화한다. 그런 뒤 등급에 따라 보상 조건을 달리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40%에 달하는 선수들이 최하등급에 속해 아예 보상 조건이 붙지 않는다. 상위 30%가 A등급, 그 다음 20%가 B등급, 그 다음 10%가 C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이런 분류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KBO는 기록을 저장하기만 할 뿐, 이를 다양한 최신 기법으로 분석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기록마저도 야구팬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 기록 회사인 스포츠투아이가 있지만, 이곳 역시 메이저리그의 전문 기관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의 전문성을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우리 나라에서는 기록 전문 기관이나 회사가 공신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등급을 분류해 내놓는다면, 늘 반발과 항의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FA 보상 제도가 가야 할 방향은 위의 3가지 중 셋째 안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는 성적 등급을 바탕으로 보상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옳겠다. 이를 위해 KBO는 다른 구단 감독으로 누가 오느니 하는 소문을 내는 데 시간 낭비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기록 전문 기관 육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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