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3억 달러의 사상최대 제작비, 3명의 악당, 복잡해진 삼각 관계….
5월1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할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3’(감독 샘 레이미)에서 강조되는 숫자는 3이다. 그런데 모든 영화의 흥행 요소를 3이란 숫자에 맞췄다고 해서서 반드시 전편과 비교해 세 배의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파이더맨3’가 전편보다 강력해진 액션과 재미를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는 초반부터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분)와 그를 아버지의 원수로 확신하는 뉴고블린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 분)의 빠르고 현란한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새로운 악당인 '샌드맨'과 외계에서 온 수수께끼의 유기체 심비오트에 감염된 베놈이 등장한다. 이러한 악당들의 존재를 화려하고 정교게 꾸며주는 컴퓨터 그래픽(CG)은 흥미 만점이다. 베놈의 등장에 앞서 먼저 심비오트에 감염된 스파이더맨이 더욱 강력해진 파워를 얻는 대신 포악하게 변하는 내용은 전편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액션의 양적, 질적 업그레이드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일부 장면은 관객의 눈길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된다. 빠른 액션은 재미를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과도하면 오히려 관객을 지치게 한다.
하지만 2시간19분의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악당과 내용을 집어넣은 탓인지, 액션에 어지럽던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지켜보면 영화의 구성은 의외로 엉성하다.
탈옥수 플린트 마르코(토마스 헤이든 처치 분)가 경찰 추격을 피해 실험지역에 뛰어들었다가 샌드맨이 되는 과정이 대표적. 앞뒤에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됐는지를 설명할 만한 설정이나 전제가 아무 것도 없어 황당함을 안겨준다.
모래로 이뤄진 샌드맨의 등장은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린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된 것보다 더한 만화적 상상력을 그대로 영화에 옮기는 데만 급급했지, 관객이 존재를 실감할 수 있는 영화적 리얼리티를 첨가하는 정성은 너무 부족했다.
액션과 함께 ‘스파이더맨3’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피터와 연인 메리 제인 왓슨(커스틴 던스트 분)의 로맨스이다. 스파이더맨과 악당의 대결을 담은 부분의 긴장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파이더맨과 다른 등장 인물들의 멜로는 모두 영화 속 사건들과 연관을 맺고 진행된다. 그러나 멜로와 그에 얽힌 갈등이 영화 중반에 집중적으로 부각되다 보니 전체적인 줄거리와 따로 노는 느낌도 준다. 이야기 흐름과 자연스럽게 얽혀 가지 못하는 멜로 장면은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웅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스파이더맨3’ 역시 ‘권선징악’적 결론을 택했다. 결국 스파이더맨은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할 뿐 아니라 사랑도 되찾는다.
영화 후반 스파이더맨 동료의 죽음은 치고박고, 때리고 부수는 화려한 액션만 보여주고 영화를 끝내기가 내심 찔려 억지로 끼어넣은 듯한 어설픈 감동만 느끼게 한다.
특히 죄를 뉘우치며 떠나는 악당은 속편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는 할리우드식의 뻔한 마무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5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