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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의 진행요원은 경기 시작에 앞서 최경주와 악수를 한 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경주는 진행을 돕기 위해 투입된 보조원과 기록원 그리고 까마득한 후배와 캐디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면서 “고생하십니다”라고 격려했다. 최경주는 다음 날 그리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진행요원에게 다가가 악수했다.
프로골프대회의 성공적인 운영 뒤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함께한다. 그중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보조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개척자로 불리는 선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모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월드클래스다. 그런 그가 늘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자세를 낮추는 세심한 배려와 나눔 그리고 인성이다.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한 최경주는 해마다 어린 골프 꿈나무를 미국으로 초청해 함께 훈련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땀을 흘리는 최경주는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되기를 강조한다. 그는 “인성이 곧 실력이다”라며 “품격, 에티켓, 인사의 중요성을 자주 얘기하고 동료가 힘들어하면 위로하고 안 되는 게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라”고 조언한다.
말뿐이었다면 그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솔선수범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프로골퍼로 성공해 경제적으로 풍족한 선수가 국내에 적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가 동료와 팬에게 존경받지는 않는다. 반대의 경우가 오히려 많다. 최근에도 한 선수가 진행요원에 막말한 적도 있었고,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베테랑’ 최경주는 달랐다. 프로 통산 30승과 역대 최고령 우승이라는 한국 남자골프의 새 역사를 쓰며 주목을 받았지만 낮은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베테랑의 품격은 기록보다 그를 더 큰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최경주가 선수로, 또 한 사람으로 존경받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