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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 예능 필수 된 전문가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스튜디오형 예능은 방송가에서 선호하는 방식이 됐다. 야외 촬영처럼 장소 섭외가 까다롭지도 않고, 제작비 규모도 적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 없이 제작을 할 수 있다. 승부수는 출연진과 소재다.
이 시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방송가에서 ‘신’으로 떠올랐다. 오은영 박사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KBS2 ‘오케이? 오케이!’ 총 4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오은영 박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와 아이, 부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고민을 듣고 솔루션을 전하고 있다.
‘교통사고계의 허참’으로 불리는 한문철 변호사도 SBS Biz ‘한문철의 블랙박스 몇 대 몇’ 이후 3년 만에 방송가에 다시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운영하면서 구독자들이 보내주는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교통사고 사례별 과실 비율을 명쾌하게 판단해준 게 인기 요인이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시청자들이 정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예능 제작진이 전문성을 갖춘 출연자들 섭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차별화가 필요한데, 인지도 높고 개성이 분명한 전문가들은 출연 자체만으로 프로그램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고 프로그램의 색깔을 대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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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은영 박사는 대표 프로그램인 ‘금쪽 같은 내 새끼’뿐만 아니라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까지 고민을 들고 찾아온 의뢰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의뢰인들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방송을 보며 간접 상담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은 해당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전문가의 검증도 중요하다. 역사 강사 설민석과 부동산컨설턴트 박종복은 방송가를 종횡무진했지만 논문 표절, 부동산중개인 사칭 혐의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방송에서 전문가들의 역할은 중심을 잡아주고 논란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정보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재미만 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 전달이나 상담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전문가의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전문가들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증이 중요하고, 전문가들 스스로도 꾸준히 자기관리에 신경 써야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