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반기 데뷔를 목표로 연습에 매진 중인 MLD엔터테인먼트 여자 연습생들의 모습.(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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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오로지 실력으로만 경쟁한다. 갖추고 있는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실력이 없으면 선발될 수 없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하며 한국이 전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양궁 국가대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그렇다. K팝 4대 기획사가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올 상반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끌어올린 데는 이 같은 실력 우선주의가 토대가 됐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빅4’로 불리는 기획사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등히 나은 실적을 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하이브는 이 기간 매출이 4569억원을 넘어 전년 동기의 약 2940억원보다 55.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모두 늘었다.
|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빅히트 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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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00억원(21.4%)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약 47억원(7%)이 증가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매출이 무려 70% 늘었다. 18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34억원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K팝 기획사들은 주요 매출 수단인 공연, 행사 등이 열리지 못해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모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도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앨범 및 음원 판매량의 증가와 전세계 팬덤 확대를 통한 비대면 공연 등 디지털 콘텐츠, 굿즈(MD) 매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에서 걸그룹 니쥬에 이어 보이그룹도 현지 기업과 합작해 만들기로 하는 등 K팝은 콘텐츠를 넘어 아이돌을 제작하는 노하우까지 수출상품화시키고 있다.
| 유튜브 구독자 수 전세계 1위 등극을 앞둔 그룹 블랙핑크(사진=YG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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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특유의 신나는 음악의 힘과 함께 ‘칼군무’로 불리는 퍼포먼스가 더해진 ‘보는 음악’이 비대면 시대에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라며 “초기 기획과 멤버 선발 등 데뷔 전부터 심혈을 기울이는 K팝 제작 공정이 코로나19 속 시장 확대의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K팝 아이돌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망생만 100만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었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지망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만 수만명, 그중 데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발 기준은 실력이 최우선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전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양궁 국가대표 선발과도 비교된다.
김정욱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는 “실력 없는 멤버가 포함되면 그룹이 인지도를 쌓기 어렵고 기획사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며 “실력을 바탕으로 한 원칙주의와 무한경쟁은 K팝과 한국 양궁의 공통된 키워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