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구자철 KPGA 회장 "남자골프 직관하면 더 재밌어"

1월 12대 회장 취임 후 코로나19 사태 출발부터 위기
어려운 상황 이겨내고 올해만 4개 대회 신설
"남자골프의 매력 보여주는 새로운 콘텐츠 만들 것"
"선수가 경기하면서 직접 중계 하는 등 새 시대 올 것"
  • 등록 2020-07-27 오전 6:00:00

    수정 2020-07-27 오전 6:00:00

구자철 KPGA 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개막전 연장전에서 이지훈 선수의 버디 퍼트가 들어가는 거 보셨죠. 정말 짜릿한 경기 아니었나요?”

구자철(사진·65)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은 올해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으로 열린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당시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었다. 구자철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임 6개월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봤다. 인터뷰 내내 그는 남자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KPGA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돼 대의원 투표에서 전원 찬성표를 얻는 절대적인 지지로 제18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기업인 출신으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협회를 이끈 박삼구 회장 이후 9년 만이다. 임기는 4년이다.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올 1월 취임 한 구 회장은 그러나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며 어려운 행보에 나섰다. 예정된 대회가 취소되면서 개막이 늦어졌다.

예상치 못한 위기였지만 기업인 출신답게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남자골프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사비로 취소될 위기에 놓인 대회를 다시 개최하게 했고, 기업을 찾아다니며 남자골프의 상품성을 내세워 설득한 끝에 4개 대회를 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3개월 늦게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는 시작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구 회장은 “주변에서 ‘남자골프가 굉장히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호쾌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오히려 더 고맙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취임 후 첫 대회를 치른 구 회장은 개막 당일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봤고 마지막 날 다시 골프장을 찾아 응원했다. 구 회장은 “올해는 가능한 모든 대회에 직접 가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현장을 경험할 계획”이라고 다시 한 번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구 회장과 일문일답.

―취임 6개월 간의 성과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반기 대회가 취소되지 않았더라면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어려운 시기지만 4개 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나쁘지 않은 출발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전체적으로 대회 수가 줄어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년에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여파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극복을 위한 계획은?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하반기에 새로운 대회가 추가될 수 있지만, 지금은 내년을 준비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시즌이 어려워진 만큼,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럴수록 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서두르기보다 내년을 준비하는 데 더 힘을 쏟겠다.

―남자골프 경기를 직접 관전한 소감은?

△회장이 되기 전에는 아마추어 팬으로서 골프경기를 지켜봤다. 회장이 된 후 현장에서 직접 본 남자선수들의 경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쾌했고 재미있었다. 많은 사람이 TV로 남자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여자골프에 비해 재미없다고 한다. 그러나 야구장에 직접 가보지 않고 TV로만 경기를 보면 타자의 체격이 크거나 투수의 공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수가 던진 공이 미트에 빨려갈 때 들리는 소리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웅장하게 들릴 때도 있다. 그런 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남자골프를 진짜 재미있게 보려면 현장에서 봐야 한다. 남자골프의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다.

―경기를 보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코스 세팅이다. 남자선수의 경기는 대체로 어려운 코스에서 진행될 때가 많다. 한 예로 몇 년 전 매경오픈 때 나온 이태희와 얀느 카스케(핀란드) 선수의 연장전은 코스가 너무 어렵게 세팅된 탓에 아쉬운 승부가 연출됐다. 그에 반해 여자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많이 나오니 더 잘 치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남자선수의 코스 세팅이 어렵게 돼 잘 못 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변별력을 갖추면서도 남자선수들의 경기력에 맞는 코스 세팅으로 바꿔주면 훨씬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업인 출신 회장으로서 거는 기대가 크다.

△윤세영 전 회장, 박삼구 전 회장이 협회를 이끌던 시기는 프로골프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 초장기였다. 그 당시엔 프로골프가 스포츠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프로골프를 콘텐츠로 만들고 비즈니스로 접목해 발전시켜 나갔다는 게 대단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 남자골프가 시들해지고 협회는 동호회 수준의 마인드로 떨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기업인으로서 남자골프는 장사가 잘될 만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회장 개인의 인맥을 동원해 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골프라는 콘텐츠를 수익모델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외부 컨설팅을 받아서라도 KPGA 코리안투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상품가치를 높이는 게 제가 맡은 역할이다. BTS가 세계를 뒤흔든 콘텐츠가 된 것처럼 남자골프도 큰 콘텐츠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코리안투어가 나아갈 방향은?

△지난 3월 미국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현장에 가보니 골프대회가 하나의 큰 축제가 돼 지역주민의 자랑으로 여겨지는 모습을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갤러리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기 돼야 한다. 코리안투어에선 아직 그런 점이 미흡하다. 우리의 문화와 잘 맞는지부터 따져보면서 골프대회가 축제가 되는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과 다른 리더가 필요하다. 미국처럼 커미셔너 제도를 정착시켜 프로골프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하고 오픈 큐스쿨 제도를 도입해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남자골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준비는?

△스포츠는 직접 와서 관전하는 게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비대면 등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방법을 찾고 대응해야 한다. 개막전 유튜브 영어해설 중계는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처음이라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으나 전 세계 골프팬이 볼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발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릴 것 같다. 또 미디어의 환경도 바뀌고 있어 빨리 대응해 나가야 한다. 경기 중인 선수가 1인 방송을 할 수도 있고, 해설하며 경기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품이 될 수 있다.

◇구자철 KPGA 회장은…

△경기고-한국외대 영어학과 △LG상사 뉴욕/도쿄지사 금융부장 △세일산업 대표이사 △한성 회장 △예스코 회장 △제13·14대 한국도시가스협회 회장 △예스코홀딩스 회장 △제18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인터뷰 중인 구자철 KPGA 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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