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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가수 솔비가 ‘화가 권지안’으로 거듭났다. 현대 미술의 축제로 불리는 ‘2019 라 뉘 블랑쉬(La nuit blanche·백야) 파리’에 전시 작가로 선정되면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개최한 개인전부터 성황이었다.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이라는 타이틀로 음악·미술·퍼포먼스·영상 등으로 독창적인 예술을 선보였다. 3년 동안 준비한 7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해온 작업들이다. ‘음악 하는 솔비’와 ‘미술 하는 권지안(솔비의 본명)’의 ‘셀프 콜래보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시도로 만들어진 작업물들이 전시됐다. 레드·블루·바이올렛으로 이어진 ‘하이퍼리즘(HYPERISM)’ 컬러 시리즈로 회화·입체·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갔다.
전시회 중 만난 솔비는 “하이퍼리즘 시리즈가 끝나서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음악하는 솔비와 그림 그리는 권지안의 콜래보에리션이에요. 얼마 전 전시를 보시다가 ‘이게 솔비였냐’고 하는 분도 계셨어요. 음악은 솔비로서 문을 두드려야 하고, 미술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그 두개가 만나는 지점을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어요.”
“제 삶을 이야기했어요. 재밌고 엉뚱하고 유쾌한 4차원 같은 솔비도 하나의 만들어진 캐릭터이자 인물이죠. 예능에 나가면 진쩌 저보다 만들어진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런데 ‘권지안’은 진짜 저이기에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달라져요. 정의 내릴 수 없는 내재된 것이 무한하게 많고, 그 내면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려고 하죠. 그동안 솔비의 비중이 컸다면 나이를 먹을수록 권지안을 점점 꺼내서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그에게서 ‘그림’이라는 작업은 위로이자, 구원이었다. 힘든 시기에 붓을 잡은 덕에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 동영상 루머를 겪고 난 후의 아픔과 상처를 미술로 치유했다. 그래서 힘들었던 시절의 정체성이 담긴 작품들은 마주하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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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솔비는 어엿한 ‘작가’가 됐다. 최근에는 현대 미술의 축제로 불리는 ‘2019 라 뉘 블랑쉬 파리’에 전시 작가로 초대 받았다. 2002년부터 시작돼 매년 10월 첫째 주 주말 단 하루 파리시 전체가 뮤지엄으로 바뀌는 축제로 매해 200만 명의 관객이 찾는 세계적인 대규모 아트 이벤트다.
그는 축제일인 10월 5일 오후 파리에서 세 차례의 아트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때 완성된 캔버스 작품을 파리 현지에서 전시한다. 10m가 넘는 캔버스 위에서 시민과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참여 미술로 선보일 예정이라 현지 미술 관계자 및 파리 시민들의 기대를 모은다.
솔비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나 하나로 끝나는게 아니라 나를 응원하며 작품을 사준 분들에게 책임감이 생겨서 변화되는 모습은 천천히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것은 그림이 완판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가 생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많은 예술가분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셀프 콜래보레이션 방식도 발전시키고 새로운 방식과 무대로 소통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