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상화-고다이라, 우정 앞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

  • 등록 2018-02-20 오전 6:34:02

    수정 2018-02-20 오전 7:11:43

이상화(왼쪽)가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평창특별취재팀 조희찬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가 열린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 2위로 골인한 이상화(29)가 그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 나오(일본)는 이상화보다 조금 앞에서 일장기를 두르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고다이라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 이상화를 기다렸다. 고다이라는 양팔을 벌려 이상화에게 다가갔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포옹에 눈물을 왈칵 쏟아내더니 이내 안정을 찾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선수의 메달 색깔보다 더 주목받는 게 있다. 우정이다. ‘우정 앞엔 국경도 나이도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선수들의 우정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대회 전까지 훈련장에서 마주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항상 그에게 라이벌은 ‘나 자신’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다이라를 ‘그’로 지칭하며 언급하길 꺼렸다.

이상화의 이런 행동은 ‘선의의 경쟁’을 위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였다. 고다이라도 이상화에 관한 질문에는 짧게 답하고 넘기기 일쑤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상화와 고다이라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상화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다이라를 ‘그’로 칭하며 “비교하지 말아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언론에 정중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자 둘은 택시비를 내주고 선물을 주고받던 원래 사이로 돌아왔다. 고다이라는 울고 있는 이상화에게 다가가 어눌한 한국말로 “잘했어”라고 말한 후 후 영어로 “I still respect you(나는 널 여전히 존경해)”라고 속삭였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나도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경기에선 경쟁자, 그리고 다시 친구로 돌아오는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모습을 본 팬들은 그들의 프로다운 우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의 최민정(20)과 킴 부탱(캐나다)의 우정도 화제다. 최민정과 킴부탱은 18일 평창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1500m 시상식에서 ‘손가락 하트 세리머니’를 함께했다. 최민정은 앞서 여자 500m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되는 아픔을 겪었다. 심판은 최민정이 킴 부팅과 자리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밀었다고 판정했다. 킴 부탱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경기 영상에서 킴 부탱도 최민정을 손으로 저지하는 장면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의 SNS엔 한국팬들의 악성 댓글로 가득했다. 캐나다 스포츠 당국이 악성 댓글을 조사하겠다고 나서야 할 정도였다.

최민정이 시상대 가장 위에 올라서는 순간, 킴 부탱은 손가락으로 하트 반 쪽을 만들며 최민정을 바라봤다.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최민정은 그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로 남은 하트 반쪽을 채워넣었다. 누리꾼은 “올림픽 정신이란 바로 이들이 보여준 것” “평창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감동”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미터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이 18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캐나다 킴 부탱(오른쪽), 은메달 중국 리 진위와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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