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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이잖아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을 그는 버텨냈다. 지독한 희망고문 아니 고문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최근 만난 그는 “꿈만 같다”면서 지난 시간을 반추했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겁니다. 다음 달에는 ‘투자가 된다더라’ 또 다음 달에는 ‘촬영에 들어간다더라’ 그런 작은 변화들이 계속해서 있었어요. 몇 작품을 썼고, 그 중 두 편은 촬영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졌어요. ‘조금만, 조금만’이 계속 꿈꾸게 한 동력인 동시에 고문이었죠.”
아내의 노고가 컸다. 아내가 옷 가게를 하면서 살림을 꾸리고 가장 노릇을 했다. 강윤성 감독도 아내가 없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라고 말한다.
“집사람이 6년간 장사를 했어요. 그동안은 운좋게 잘 됐는데 장사도 6년을 넘어서니 어려워지더군요. 내 꿈을 펼친답시고 더 이상 버티는 게 의미가 없었을 것 같았어요. 빚도 있고 경제적인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정리하자’ 결심하고 아내와 둘이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죠.”
“런던한국영화제여서 교민들을 위한 영화제인 줄 알았는데 현지인이 70% 이상이었어요. 상영관도 매진이었습니다. 영화제가 끝난 다음 집사람과 시장에 갔는데 한 현지인이 저를 알아보고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아직도 상영중인 영화가 영국에서 무대인사를 하고 Q&A(질의응답)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이런 게 묘했어요. 마치 글로벌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얼굴에 환한 빛이 돌았다. 얼마나 가슴 벅찬 경험이었을지 짐작되고도 남았다.
‘범죄도시’는 알려졌듯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오락영화다. 조선족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다. 최근 몇 영화들이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줘 상영 반대에 처한 일이 있다. ‘범죄도시’도 그 중에 한 편으로 거론됐다가 상영 후에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영화에서 가장 악역인 장첸의 윤계상이 ‘범죄도시’로 마동석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 없는 악역’은 매력이 덜한 법인데 장첸은 그 반대다.
“어떤 분들은 악역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저는 달랐어요. 장첸의 악행에 관객이 동의하거나 동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더 나쁘게 그리려고 했고 장첸의 전사도 넣지 않았습니다. 관객이 정말 ‘나쁜 놈’으로 받아들이길 바랐는데 오히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흥행 영화가 그렇듯 ‘범죄도시’도 ‘N차 관람’이 잇따르고 있다. 어떤 관객을 20번까지 보기도 했단다. 영화에 나오는 음식점을 찾아가 인증샷을 촬영, 보내주는 관객들도 있다. ‘범죄도시’는 벌써부터 2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제 2편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이 같은 인기에 1편의 딱지를 놓았던 투자자들 중 2편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이도 있었다.
“메이저 투자자들이 ‘범죄도시’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란 게 한, 두 푼 돈이 드는 게 아니잖아요. 주변에서 ‘범죄도시2’에 대한 얘기들이 많은데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어요. 통쾌한 이야깃거리가 떠오를 때까지 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범죄도시2’는 ‘범죄도시’를 만들 때처럼 절실하게 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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