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네 작품이 신인감독의 영화였다. 김성훈 감독의 ‘공조’(781만명, 1월18일 개봉) 2위,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647만명, 10월3일 개봉) 4위,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565만명, 8월9일 개봉) 5위, 나현 감독의 ‘프리즌’(293만명, 3월23일 개봉)이 9위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1월8일 기준). 강윤성 감독, 김주환 감독, 나현 감독은 첫 상업영화로 흥행까지 거둔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여성 원톱 누아르로 주목받고 있는 9일 개봉한 ‘미옥’도 이안규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김성훈 감독은 ‘공조’가 두 번째 영화다. 첫 영화인 2013년 개봉작 ‘마이 리틀 히어로’는 18만명에 그쳤다. ‘공조’는 현진과 유해진을 두 톱으로 내세워 액션과 유머, 대중 친화적인 코드로 흥행에 성공했다. ‘공조’의 성공에 힘을 받은 김성훈 감독은 내년 조선판 좀비물 ‘창궐’로 현빈과 또 한번 작업이 한창이다. 강윤성 감독은 연출자 데뷔를 꿈꾼지 17년 만에 빛을 봤다. 몇 작품을 준비했지만 이름없는 신인감독의 신세가 그렇듯 투자 문제로 무산됐다. 촬영 직전에 엎어진 작품만 2편이다. 그는 “‘범죄도시’까지 투자를 받지 못하면 감독의 꿈을 접고 장사를 하려고 했다”며 ‘범죄도시’의 성공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은 ‘프리즌’은 개봉 당시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슬리퍼 히트 무비’였다. ‘공조’는 ‘더 킹’에, ‘범죄도시’는 ‘남한산성’과 ‘킹스맨:골든 서클’, ‘청년경찰’은 ‘택시운전사’ 등으로 블록버스터와 경쟁에서 화제성이 떨어졌던 영화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의 신화를 일궈냈다. 몸값 비싼 배우를 쓰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천만배우는 없을뿐더러 ‘범죄도시’이나 ‘청년경찰’는 다른 영화에서 조연을 한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하고, 젊은 배우들을 섭외했다. 서상욱 웰메이드예당 대표는 “신인감독이어서 과감하게 캐스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얼굴, 새로운 캐릭터는 보는 즐거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겁고 우울한 내용의 현실 비판 영화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탄핵 정국이 끝난 이후 코믹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 같은 코믹 요소가 강한 범죄 영화들이 인기를 얻었다. 기존의 흥행 코드에 벗어난 작법과 접근이 흥행을 가져다 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