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최재섭 "안이 아닌 밖에서 본 광주, 성공 비결 중 하나"

[앙상블 수다] 서울택시 운전사 황기사..신 스틸러
"배우란 끊임없이 깨닫는 직업"
  • 등록 2017-08-31 오전 6:00:00

    수정 2017-08-31 오전 6:00:00

영화 ‘택시운전사’ 최재섭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운전할 때는 ‘라이방’이 최고인데..”

김사복(송강호 분)에게 외국 손님을 놓치지 않았다면, 그는 광주에 갔을까? 영화 ‘변호인’에서 광주를 갔다오면 10만원을 받는다고 ‘설레발’ 놨던 서울택시 운전사가 한 명이 있다. 최재섭(44)이 맡은 황기사가 그 주인공. 짧은 장면 등장한다. 눈썰미있는 관객이라면 오랜 그가 연극을 넘어서 영화에서 제몫을 찾아낸 신스틸러라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운전사 캐릭터를 제안받고 라이방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른 선배님이 이미 쓰고 왔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꺼내 놓지도 못했어요. 하하”

최재섭은 연극 ‘짬뽕’을 통해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을 다룬 바 있다.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상상력으로 연극 ‘짬뽕’의 아이디어다. 배달원 ‘만식’은 배달 중 검문 중인 군인들과 짬뽕을 둘러싸고 시비가 붙자 총까지 발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이 북한의 사주로 오인되면서 전국에 계엄령이 발동된다는 것. 최재섭은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당시 광주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해석한 영화에서 다시 접하게 돼 색달랐다”고 말했다.

최재섭은 대학 진학 이후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다 배우의 꿈을 꾼다.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 생활을 잠시 접고 무작정 대학로를 찾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TV에서 본 배우가 등장하는 연극을 발견하고 그 극단에 찾아갔다. 밀어붙인 덕분에 극단에 들어가게 되고 점차 자신의 이력을 쌓게 됐다. 최재섭은 연극 ‘웃음의 대학’ ‘짬뽕’ ‘설공찬전’ ‘늘근도둑 이야기’ ‘막무가내들’ 등에 출연했다. 이후 영화 ‘해운대’ ‘영화는 영화다’ ‘문디’ ‘타짜’ ‘괴물’ 등에 출연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오랜 기간 연기를 하다보면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아쉬워요. 제 작품이 누군가를 설득하는, 믿음을 줘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배우란 끊임없이 깨닫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같아요.”

최재섭은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배역의 오디션에 모조리 도전했다. 그 중 가장 욕심났던 배역은 바로 유해진이 맡았던 광주 택시운전사 역. 워낙 큰 배역이라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중 가장 짧게 등장하는 서울택시 운전사 역할을 맡게 됐다. 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의 연극에도 출연했고, 다양한 배역을 준비했음에도 아쉬운 결과라고 입맛을 다셨다.

“연극이나 영화 등 이전 작품을 보면 당시 광주에서 광주 사람들이 겪었던 이야기나 시선이었던 것 같아요. ‘택시운전사’는 외부의 인물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서 들여다보는 접근 방법이 좋았어요. 또 그 안에서 초반에 경쾌하고 후반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게 흥행의 성공 비결인 것 같습니다.”

◇ 최재섭이 추천한 ‘택시운전사’ 바로 이 장면

“딸 신발을 고르다 처음 구두를 사는 장면, 그 구두를 조수석 앞에 두고 흘낏 쳐다보는 장면... 디테일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어서 영화 초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 장면과 대비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송강호 선배가 딸과 전화통화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면 혼자 있는 딸 걱정에도 무참한 참상을 무시하고 갈 수 없는 중압감이 연기에 묻어나 아주 인상적인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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