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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복(송강호 분)에게 외국 손님을 놓치지 않았다면, 그는 광주에 갔을까? 영화 ‘변호인’에서 광주를 갔다오면 10만원을 받는다고 ‘설레발’ 놨던 서울택시 운전사가 한 명이 있다. 최재섭(44)이 맡은 황기사가 그 주인공. 짧은 장면 등장한다. 눈썰미있는 관객이라면 오랜 그가 연극을 넘어서 영화에서 제몫을 찾아낸 신스틸러라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운전사 캐릭터를 제안받고 라이방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른 선배님이 이미 쓰고 왔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꺼내 놓지도 못했어요. 하하”
최재섭은 연극 ‘짬뽕’을 통해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을 다룬 바 있다.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상상력으로 연극 ‘짬뽕’의 아이디어다. 배달원 ‘만식’은 배달 중 검문 중인 군인들과 짬뽕을 둘러싸고 시비가 붙자 총까지 발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이 북한의 사주로 오인되면서 전국에 계엄령이 발동된다는 것. 최재섭은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당시 광주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해석한 영화에서 다시 접하게 돼 색달랐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연기를 하다보면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아쉬워요. 제 작품이 누군가를 설득하는, 믿음을 줘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배우란 끊임없이 깨닫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같아요.”
최재섭은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배역의 오디션에 모조리 도전했다. 그 중 가장 욕심났던 배역은 바로 유해진이 맡았던 광주 택시운전사 역. 워낙 큰 배역이라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중 가장 짧게 등장하는 서울택시 운전사 역할을 맡게 됐다. 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의 연극에도 출연했고, 다양한 배역을 준비했음에도 아쉬운 결과라고 입맛을 다셨다.
◇ 최재섭이 추천한 ‘택시운전사’ 바로 이 장면
“딸 신발을 고르다 처음 구두를 사는 장면, 그 구두를 조수석 앞에 두고 흘낏 쳐다보는 장면... 디테일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어서 영화 초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 장면과 대비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송강호 선배가 딸과 전화통화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면 혼자 있는 딸 걱정에도 무참한 참상을 무시하고 갈 수 없는 중압감이 연기에 묻어나 아주 인상적인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