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자폐 여동생 위해 골프채 든 '마스터스 챔프'

  • 등록 2015-04-14 오전 6:06:06

    수정 2015-04-14 오전 6:06:06

13일 끝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른 조던 스피스가 디펜딩 챔피언 버바 왓슨의 도움을 받아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재킷을 입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골프 영웅이 탄생했다. 우승 퍼트가 들어가던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골프 명인을 상징하는 ‘그린 재킷’, 그리고 7살 어린 여동생 엘리가 떠올랐다. 엘리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그가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일찌감치 프로 선수로 전향한 이유도 여동생을 위해서였다. 그는 “엘리의 오빠이기에 겸손하게 살 수 있다. 그녀는 골프를 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180만 달러(약 19억 6800만원)의 거액을 벌었다. 그리고 평생 마스터스 출전권도 얻었다. 골프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운 그는 “꿈이 실현됐다”며 활짝 웃었다. 어쩌면 그 ‘꿈’은 엘리를 부족함 없이 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제7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른 22살 청년 조던 스피스(미국) 얘기다.

세계랭킹 4위 스피스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79회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스피스는 대회 1∼4라운드 동안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스피스의 마스터스 우승으로 미국은 들썩이고 있다. 미국 골프의 자존심을 세워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세계 남자골프의 중심이 유럽세로 옮겨가면서 미국 골프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었다. 또한 믿었던 우즈마저 지난해 중반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올해에도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간절히 원했다.

스타가 필요했던 시점에 스피스가 한 방을 터뜨렸다. 더욱이 이번 대회를 포함 최근 4개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올린 스피스는 차세대 골프스타로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의 ‘닮은꼴’ 행보로 기대감은 더욱 크다. 스피스는 대회 내내 우즈와 비교됐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할 때의 나이가 지금의 스피스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즈는 만 21세 3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마스터스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1993년 7월생인 스피스는 올해 만 21세 8개월의 나이로 그 뒤를 이었다.

우승 스코어도 짜인 각본처럼 똑같다. 우즈가 1997년 우승 당시 세운 18언더파 270타는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스피스는 기록을 깰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 최종라운드에서 19언더파로 마지막 18번홀에 들어간 스피스는 1.5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대기록 작성을 눈앞에서 놓쳤다.

우즈는 마스터스 세 번째 출전에 첫 우승을 이뤘고 스피스는 두 번째 출전에서 정상을 밟았다. 1995년과 1996년 대회 때 우즈는 아마추어였다. 그는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였던 1997년에 단숨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반면 프로 첫 우승은 스피스가 조금 빠르다. 우즈는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당시 나이는 21세였다. 스피스는 만 20세 생일을 불과 2주 정도 남긴 2013년 7월 존 디어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둘은 키 185㎝에 몸무게 84㎏까지 똑같다. 그래서 만들어진 스피스의 별명은 ‘하얀 타이거’다. 여기에는 우즈를 뛰어넘으라는 팬들의 열망도 담겨 있다. 스피스가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골프스타’로 변신할지 기대되는 2015년이다. 여동생 엘리도 웃을 일이 더 많아지길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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