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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평사원과 재벌2세의 사랑이란 판타지는 없었다. 20일 막 내린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땅’을 밟은 직장인 드라마였다. 직장인의 고단한 삶을 현실적으로 잘 카메라에 담아서다.“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미생’이란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많은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미생’은 ‘직장인 명품 드라마’였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원작과 다른 각색이 캐릭터의 일관성에 ‘금’을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풍되지 않은 직장”=“시련은 셀프다.”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 분)가 한 독백이다. 불합리한 대우를 혼자 극복해내야 하는 일이 직장생활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드라마 ‘미생’은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 속 직장인의 애환의 결을 영상으로 잘 펼쳤다. 드라마에는 일 때문에 친구의 ‘갑질’을 참은 오성식(이성민 분)차장과 수석으로 입사한 똘똘한 안영이(강소라 분)가 부서의 여성차별을 눈물로 견디는 모습은 잘 스며들었다. 계약직이란 이유로 혹은 사내 정치 구도를 따르지 않은 이가 겪은 조직 속 냉대도 가감 없이 그려졌다. 여기에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이왕 들어 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등의 명대사가 얹혀져 울림이 컸다. 김원석 연출과 정윤정 작가가 원작 속 직장 생활 풍경을 병풍으로 쓰지 않고 무게감 있게 잘 그려낸 덕분이다.
이럼 점에서 ‘미생’은 직장인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TV손자병법’을 비롯해 그간 직장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기-승-전-연애’라는 도식에 빠져 직장이 단순한 이야기 배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미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직 문제를 이성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세상이 나아질거라 기대하지 않고 그냥 버티면서 사는 게 바로 우리네 모습”이라며 “헛된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서 체념 섞인 모습으로 하루를 버티며 그냥 어렵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시청자의 공감을 샀다”고 봤다.
▶“일그러진 조직 개선의 열망”=H 대기업에 다니는 이의석(39)씨는 “드라마가 하는 금요일 오후 8시 대는 야근 혹은 집에 간다 해도 아이를 봐야 해 평소 TV를 제대로 못보는 게 직장인의 현실”이라면서도 “VOD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챙겨봐 회사에서도 ‘미생’얘기를 적잖이 하고 극 중 캐릭터와 회사 사람을 빗대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미생’은 드라마를 넘어 사회 치유의 화두로 주목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미생’의 뜻이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로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생’에 대한 열광은 일그러진 조직 문화를 바람직한 상태로 개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한 폐해에 대한 위로와 희망으로 시청자들이 ‘미생’을 소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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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장그래 구하기’가 지나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 차장을 중심으로 한 영업3팀이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위험한 업무까지 떠 맡은 데다 마지막회에서 타 부서 차장 등 직원들까지 나서 장그래 정규직 채용을 위해 나선 모습을 두고 너무 판타지를 부각했다는 아쉬움이다. 이는 원작에도 없는 내용이다. 판타지가 가장 많이 부각된 지점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는 트위터에 ‘장그래가 계약이 끝나는데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울면서 읍소하고 다니는 캐릭터들 이해가 안된다’(dearchu***), ‘‘미생’이 장그래 신데렐라 만들기에 빠졌다’(herla***), ‘장그래 정규직 만들기가 원인터 기업설립목표인가’(idks***, vong***)며 장그래 에피소드의 감성적 접근을 아쉬워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의 글(이주*, 김윤*, 조형*, 차미*, 김유* 등)이 여럿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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