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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서울의 달’. 한석규과 채시라가 주연을 맡았다. 사람 냄새 나는 우리 이웃의 삶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안겼다.
‘유나의 거리’는 10년전 ‘서울의 달’을 닮은 드라마다. ‘서울의 달’이 남자 캐릭터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했다면 ‘유나의 거리’엔 여자로 중심이 옮겨졌다. 부전여전으로 타고난 소매치기 실력을 물러받은 유나(김옥빈 분)의 삶이 중심에 있다. 그 주위로 이희준, 신소율, 이문식, 서유정 등 다양한 인물이 얽혀있다. 소매치기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을 안고 있지만 우리 이웃의 삶을 과하지 않게, 공감될 수 있게 그려내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연출을 맡은 임태우 PD는 “요즘은 불편한 이웃이라 불리지 않나. 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어색한 관계가 됐다.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활기를 불어넣고자 출발한 작품이다”고 밝혔다. ‘서울의 달’과의 비교에 대해선 “벗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나의 거리’는 분명 ‘서울의 달’과는 다른, 아주 새로운 작품이 될 거다”고 그만의 차별점이 있음을 기대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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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우 PD는 “김운경 작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 관심, 배려가 있는 분이다. 그 분 특유의 따뜻한 접근이 있고 사람에 대한 성실한 이해가 ‘유나의 거리’를 특별하게 만들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서울의 달’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곳곳에 배치된 웃음 포인트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30여분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만 봐도 ‘유나의 거리’는 일상에서 묻어나는 유머로 웃음을 짓게 했다. 무엇보다 이문식 조희봉 이희준 등 하나같이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포진돼 있어 든든하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이희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유나의 거리’에서 매력이 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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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를 모으는 관전포인트는 김옥빈이다. 타이틀롤 유나 역을 맡은 김옥빈은 앞서 언급된 모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엮여있기 때문에 각각의 케미스트리를 비교하며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그 동안 스크린에서 남 다른 존재감을 보인 김옥빈의 드라마 컴백도 반갑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열한시’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범상치 않은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김옥빈은 이번에도 소매치기범 강유나라는 인물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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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거리’는 미니시리즈가 아닌 극이다. 일반적으로 16~20부작 사이에서 끝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50부작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 시간대 극 형태의 드라마를 편성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KBS와 SBS는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를 선호하고 있고 MBC만이 전통적으로 사극 혹은 시대극의 분위기를 갖춘 드라마를 편성해왔고, 이 시간대 시청률이 20%를 밑도는 성적이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큼 많은 대작이 배출되기도 했다.
JTBC는 개국 이후 50부작 드라마를 월화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한 전례가 없다. ‘유나의 거리’는 ‘밀회’,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무정도시’, ‘아내의 자격’ 등의 작품으로 채널 인지도를 높이고 흥행 성공율을 높인 JTBC가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JTBC의 한 관계자는 “50부작이면 미니시리즈 2.5편을 편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웬만큼 탄탄한 기획과정을 거치지 않고선 쉽게 첫발을 떼기 어렵다. 고정적인 시청층이 형성됐다고 판단했고, ‘유나의 거리’가 임태우-김운경 콤비에 신구조화가 완벽한 출연진이 화합됐다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처음 기획의도대로 흔들림없이 여운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