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대관 전쟁..CJ '싹쓸이'에 중소사 '울상'

  • 등록 2012-11-02 오전 9:17:56

    수정 2012-11-02 오전 9:44:56

올 연말 CJ 주최 공연 가수들의 포스터 이미지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연말 가요계는 ‘대관 전쟁’이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연말 특수를 노리는 가수들의 공연 일정이 몰려서다. 중소 공연기획사(가수)들에게 대관은 ‘하늘의 별 따기’다. 탄탄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내세운 대기업 계열사가 웬만한 공연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가요계 관계자들은 “가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펜싱·핸드볼 경기장을 CJ E&M 주최 공연이 3년째 싹쓸이하고 있다”며 “할 수만 있다면 웃돈이라도 줘 이곳들을 대관하고 싶지만 불가능해서 지방 투어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올해 12월 열리는 CJ E&M 주최 공연 11개 중 8개가 유력 실내체육관을 점령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스팅(STING)과 김범수·박정현, 핸드볼경기장에서는 슈퍼스타K4·신승훈·박진영·씨엔블루가 그 주인공이 됐다. 그 외 포맨·YB&리쌍·엠씨더맥스·뜨거운감자·성시경도 경희대 평화의전당과 이화여대 삼성홀 등 전문 공연장을 차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내 실내체육관 대관 조건은 누구나 동일하다. 다만 아티스트의 이름값, 기획 의도와 계획, 공헌·기여도, 후광 효과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주최사의 제안서를 검토해 대관자를 선정한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김범수·박정현) 체조경기장 입찰에서는 이승철·김장훈을 비롯해 ‘빅3’ 아이돌 등 공연계 티켓파워 1·2위를 다투는 이들도 탈락했다”며 “심사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자본력을 갖춘 대규모 공연 기획사가 심지어 1년여 전에 대관을 해놓으니 중소 공연기획사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털어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넘었지만 38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 중(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일 기준)이다. 이는 전체 스크린의 1/5에 육박한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투자배급 영화인 ‘용의자X’의 상영 스크린(316개)까지 더하면 CJ E&M 영화에 할당된 스크린 수는 700여 개.

불만을 토로한 이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케이블채널 Mnet을 비롯해 엠넷닷컴 등 음원 유통·플랫폼사까지 겸하고 있는 거대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다. 또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서며 국내 연말 투어 일정을 취소한 싸이 덕에 단 한자리 빈 체조경기장 입찰이 아직 남아있다.

어느 정도 티켓 판매가 보장된 가수라면 공연장 대관은 규모나 수익적인 측면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수의 자존심 문제다. 결국 대관 능력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CJ E&M에만 대형 가수들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연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CJ E&M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관련 비판에 대해 “가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연기획사가 대체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연출부터 티켓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노하우가 필요하다. CJ E&M은 그간 15년 가까이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국내 공연계 발전에 이바지해온 게 폄훼된다고 볼멘소리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눈앞의 수익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일부 몰지각한 자본과 이 자본에 기생하는 인물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CJ E&M은 현재 아레나급 공연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공연인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과 복지를 제공하고, 공연 문화 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밑거름이 되겠다는 게 CJ E&M이 내건 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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