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의 가요계 관계자들은 “가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펜싱·핸드볼 경기장을 CJ E&M 주최 공연이 3년째 싹쓸이하고 있다”며 “할 수만 있다면 웃돈이라도 줘 이곳들을 대관하고 싶지만 불가능해서 지방 투어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올해 12월 열리는 CJ E&M 주최 공연 11개 중 8개가 유력 실내체육관을 점령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스팅(STING)과 김범수·박정현, 핸드볼경기장에서는 슈퍼스타K4·신승훈·박진영·씨엔블루가 그 주인공이 됐다. 그 외 포맨·YB&리쌍·엠씨더맥스·뜨거운감자·성시경도 경희대 평화의전당과 이화여대 삼성홀 등 전문 공연장을 차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내 실내체육관 대관 조건은 누구나 동일하다. 다만 아티스트의 이름값, 기획 의도와 계획, 공헌·기여도, 후광 효과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주최사의 제안서를 검토해 대관자를 선정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넘었지만 38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 중(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일 기준)이다. 이는 전체 스크린의 1/5에 육박한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투자배급 영화인 ‘용의자X’의 상영 스크린(316개)까지 더하면 CJ E&M 영화에 할당된 스크린 수는 700여 개.
불만을 토로한 이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케이블채널 Mnet을 비롯해 엠넷닷컴 등 음원 유통·플랫폼사까지 겸하고 있는 거대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다. 또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서며 국내 연말 투어 일정을 취소한 싸이 덕에 단 한자리 빈 체조경기장 입찰이 아직 남아있다.
CJ E&M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관련 비판에 대해 “가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연기획사가 대체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연출부터 티켓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노하우가 필요하다. CJ E&M은 그간 15년 가까이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국내 공연계 발전에 이바지해온 게 폄훼된다고 볼멘소리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눈앞의 수익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일부 몰지각한 자본과 이 자본에 기생하는 인물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CJ E&M은 현재 아레나급 공연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공연인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과 복지를 제공하고, 공연 문화 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밑거름이 되겠다는 게 CJ E&M이 내건 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