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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불펜싸움에선 두산이 롯데보다 훨씬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두산은 홀드부문 1,2위인 정재훈과 고창성이 건재한데다 지난 해까지 최고의 셋업맨으로 활약한 임태훈까지 버티고 있다. 반면 롯데는 구원투수진 시즌 평균자책점이 5점대에 육박할 만큼 불안한 모습을 면치 못했다. 다 이긴 경기를 불펜진의 난조로 날린게 여러차례나 됐다.
하지만 막상 준플레이오프 1차전 뚜껑을 열어보니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치열한 불펜싸움에서 승리한 쪽은 다름아닌 롯데였다.
롯데는 편도선염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송승준이 5⅓이닝 5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강영식, 김사율, 허준혁, 임경완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가동해 두산의 득점을 틀어막았다.
강영식은 세 타자를 상대해 안타 2개, 볼넷 1개를 허용하고 아웃을 한 개도 잡지 못했지만 뒤이어 나온 김사율이 2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이날 경기의 MVP는 9회 결승홈런을 친 전준우였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김사율이 누구보다 잘해줬다. 김사율 덕분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사율 이후에 나온 좌완 허준혁과 사이드암 임경완도 짧은 이닝이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 남은 경기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재훈은 전준우에게 결승홈런을 허용하는 등 2이닝 3안타 2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불펜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임태훈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볼넷 3개를 내주며 4실점한 것. 누구도 임태훈이 이처럼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두산 입장에서 1차전 패배는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1선발 히메네스가 나온 경기를 내준데다 불펜진의 소모도 상당했다. 2,3차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팀의 주축 불펜투수들을 총동원하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롯데는 불펜에 대한 고민이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팀 분위기가 경기력을 크게 좌우하는 롯데 야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두산의 강점은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것. 언제든지 어려운 위기를 반전시킬 저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롯데 역시 지난 해 1차전을 이기고도 뒤집혔던 아픔을 떠올리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과연 어쨌든 준PO 1차전을 통해 양 팀의 불펜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 같은 불펜의 결과가 남은 시리즈 경기의 결과를 지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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