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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아마도 잉글랜드 진출 이후 가장 좋은 페이스가 아닐까 싶다. 어느덧 프리미어리그 4년차, 시나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는 박지성의 이야기다.
냉정히 말해서 앞선 3시즌은 사실상 백업멤버에 가까웠다. 데뷔였던 2004-05시즌 리그 23경기에 출전했던 박지성은 그중 절반에 가까운 10경기에 교체 투입됐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에 처음 도전했던 시즌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었고 자연스레 내일이 기대됐던 박지성이다.
그러나 이어진 2006-07시즌과 지난 시즌, 박지성은 공히 프리미어리그 8경기 출전이라는 저조한 성적표에 그쳤다. 부상이라는 암초에 걸려 제대로 달리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또 2008-09 시즌의 상쾌한 발걸음이 반갑고 또 기특한 것이다.
무릎부상의 후유증으로 리그 초반 4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8월29일 제니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슈퍼컵을 시작으로 박지성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1-0)에 일조했던 12월29일 미들즈브러와의 리그 20R까지, 벌써 11번이나 필드를 밟은 박지성은 그중 10번을 선발로 출전했을 만큼 퍼거슨 감독의 두둑한 신뢰를 얻어내고 있다. C.호나우도-박지성 좌우날개가 맨유의 주전 조합이라는 평가가 무리도 아니다.
수많은 일정 중 단순히 1경기라 여길 수도 있겠으나 일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결승에 풀타임으로 출전, 우승컵을 거머쥐는데 결정적 임무를 소화했던 장면도 달라진 박지성의 입지를 보여준 상징적 대목이다. 팀 내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지성의 올 시즌 페이스는 확실히 좋다. 그래서 한편으로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2009년을 시작한 시점에서 박지성에게 걱정되는 부분은 소위 말하는 ‘변수’이다. 부상에 대한 부분이야 딱히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여기서의 괜한 우려의 초점은 박지성이 아닌 주변의 앞서가는 ‘호들갑’에 대한 경계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결정력을 높여야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야한다” “좀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 등등 요구사항이 많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어 ‘우리 박지성’이 직접적인 성과물을 거둬주길 바라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위의 목소리가 정작 본인에게는 은연 중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맨유와의 재계약을 둘러싼 왈가왈부가 벌어지고 있는 게 탐탁지 않은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다. 건강하고 꾸준한 박지성의 플레이를 원한다면, 진심의 성원으로 묵묵히 응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2009년을 시작하는 마당에서, 현재 대한민축 축구의 자랑이자 자존심인 박지성의 건강한 새해를 기대하는 바이다./<베스트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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