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제일 재미있는 건 연애, 두 번째가 그림"

  • 등록 2008-11-27 오전 8:49:35

    수정 2008-11-27 오전 8:51:30

[조선일보 제공] "인생은 뻔하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그러니 악착같이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악착같이."

자칭 '재미추구자'인 가수 조영남(63)씨가 28일 대전 화암동 아주미술관에서 '재미아트―삼팔광땡 조영남 전(展)'을 연다. 1970년에 그린 풍경화부터 1980년대의 사진 콜라주, 1990년대의 화투 그림을 거쳐 올 초에 붓을 놓은 추상화까지 150여 점을 건다. 스물네 번째 전시회다.

그는 서울 청담동에 산다. 시야가 탁 트인 집(595㎡·180평)이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거실, 세 벽에 책이 꽉 찬 서재, 이부자리가 흐트러진 침실, 양복과 모자가 정돈된 드레스룸 등 어딜 가나 캔버스가 서 있고 물감 튜브가 굴러다닌다. 막 대입을 치른 딸(19)과 10년 넘게 함께 사는 가사 도우미(78)가 이 집을 나눠 쓰는 식구들이다. 이 밖에 공연기획사·미술경매회사·출판사 직원, 남녀 친구와 후배가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는 "나는 가수 혹은 화가이기 앞서 '재미 추구자'"라고 했다. "그럼 무엇이 궁극의 재미냐.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연애하자고 공들이는 거죠. 다른 모든 재미는 그 재미를 이루기 위한 단계일 뿐이에요."

그는 2005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랜덤하우스코리아)이라는 책을 냈다.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대응이 한 수 위"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조씨는 "그때 자살하려고 했다"고 했다.

"친구들이 말렸어요. 이 나이에 자살하면 자살했다고 신문에 나는 게 아니라 '노환(老患)으로 갔다'고 난다고. 1년6개월간 백수로 지내며 밤마다 친구들과 단골 술집에서 웃고 떠들었어요. 원칙이 있는 모임이에요. 식상한 소리, 잘난 척, 일 얘기 세 번 이상 하면 퇴출이에요. 거기 젊은 여자도 많아요. 걔들이 나랑 24시간 놀아주진 않는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걔들이 나랑 안 놀아주는 시간에 두 번째로 재미있는 일(그림)을 했어요."

그는 25세에 데뷔했다. 두 번 이혼하고 여러 번 사랑하고 수만 번 노래를 불렀다. 신학과 현대미술과 자기 인생에 대한 책을 10여 권 냈다. 시인 이상(1910~1937)에 대한 책도 쓰는 중이다. 그는 전 국민에게 얼굴과 이름과 창법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패티김의 '초우' 같은 대형 히트곡은 적다. 그는 자기 인생의 '그늘' 때문에 "단 한 번도 아프지는 않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불편하고 엄격한 도덕의 잣대가 있어요. 이혼하면 가슴 아파야 한다는 룰이요. 난 그게 싫었어요. 오만·반역·혁명적 정신의 발로가 아니라, 나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어서요. 바람 피웠죠. 새 여자가 더 예뻐 보였거든요. 내가 노름꾼이라 칩시다. 가산? 탕진했지요. 후회? 없어요. 왜? 나는 그때 노름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잃었지요. 그러나 딸 수도 있었어요."

그는 "후회 안 하는 것이 내 자존심인지 모른다"고 했다. "나 스스로가 얄미운 게 말이죠,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인간이에요. 후회를 안 하니까. 내 모든 결정은 그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042)86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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