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축구라곤 동아리 활동을 해본 게 전부인 순수 아마추어이지만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허정무호 출범과 함께 대표팀에까지 입성했다.
축구에 푹 빠져 수백 편의 유럽축구 비디오를 봤다는 그는 스포츠분석 회사를 다닌 것을 계기로 아예 축구분석을 업으로 삼게 됐다.
한국축구가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밑바탕에는 김 분석관의 현미경 분석이 있었다. 그가 프로리그를 지켜보면서 만든 비디오분석자료는 대표팀을 선발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된다.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그의 현미경 분석에 걸려 '밑천'이 들통나는 바람에 대표팀 문턱을 넘지 못한 유명 스타가 한두 명이 아니다. 김 분석관은 늘 대표팀 발탁 여부가 관심이 되곤 했던 모 선수에 대해 "결정적인 실수가 잦고, 배후공간을 쉽게 허용하고, 볼전개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청용과 기성용 등 최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젊은피들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기성용은 피지컬 능력이 뛰어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 분석관의 평가다.
철학도답게 그가 보는 축구는 독특하다. '열린 몸' '고갯짓' '스텝' 등 그가 즐겨 쓰는 용어엔 그만의 시각이 담겨 있다.
김 분석관은 우수한 선수가 될 수 있는 동작의 기본으로 열린 몸을 꼽는다.
"열린 몸은 볼을 받는 모든 상황에서 앞쪽(상대 골문)을 향해 몸과 시야가 열려 있는 것을 말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 같지만 의의로 열린 몸을 구현하는 선수는 많지 않아요."
결정적인 순간 볼터치가 불안정하거나, 침착하게 마무리를 못하거나, 볼컨트롤이 안 되는 것도 주변 상황에 대한 확인이 덜 돼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김 분석관은 "고갯짓 한 번으로도 결정력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한 스피드가 아니라 '스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김 분석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나 바르셀로나의 메시는 공을 잘 찰 수밖에 없는 스텝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보통 선수들에 비해 스텝이 1.5배 짧고 빨라 순간적인 전환이나 볼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분석관은 "중요도에 비해 국내에선 스텝 훈련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