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의 1989년 데뷔 앨범을 명반으로 만든 곡은 단연 '춘천 가는 기차'다. 카바사(손바닥에 대고 돌려 쇳소리를 내는 악기)를 비롯한 라틴 타악기 리듬 위에 비음(鼻音)으로만 부른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당시 이 노래가 보사노바(Bossa Nova)였음을 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밖에도 이정선의 '행복하여라', 조덕배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역시 보사노바 문법을 따른 포크곡들이다.
모르는 사이 한국 대중음악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친 보사노바가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1958년 당시 31세였던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1994년 작고)은 희곡 '흑인 오르페'를 쓴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1980년 작고)의 가사에 새로운 형태의 곡을 붙여 발표했다. 제목은 '체가 데 사우다데(Chega de Saudade·슬픔이여 안녕)'. 여가수 엘리사테 카르도수가 부른 이 노래는 삼바 리듬을 동글동글하게 다듬고 보컬에서 감정을 줄여 흥겨움과 함께 쓸쓸함이 느껴지는 묘한 음악이 됐다. 이것이 보사노바의 탄생이었다.
조빔이 보사노바를 탄생시켰다면 주앙 질베르투(77)는 아내 아스트루드와 함께 이를 전파하기 시작했고, 스탠 겟츠(1991년 작고)는 베스트셀러 음반 '겟츠/질베르투'로 보사노바를 세계에 퍼뜨렸다. 최초의 보사노바곡 '체가 데 사우다데'는 물론 '아구아 데 베베(Agua de Beber)', '걸 프롬 이파네마(Girl From Ipanema)' 같은 초대형 히트곡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리메이크되고 있다. 재즈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광고나 영화음악, 심지어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들의 멜로디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