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포토에세이]대중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필요악', 파파라치

  • 등록 2007-09-06 오전 10:09:44

    수정 2007-09-06 오전 10:13:44

▲ 영화 '슈렉3' 홍보차 방한한 카메론 디아즈. 입국정보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 기자는 그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장장 8시간을 버텨야했다.

[이데일리 SPN 김정욱기자] 사진 한 장에 410만달러? 한화로 따지면 약 3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지난 10년간 '가장 비싸게 팔린 유명인 사진 10'을 발표했다.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 누벨의 사진이 1위를 차지했는데 그 화제의 사진 가격이 바로 38억원 상당이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돈 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파파라치'들이다.

'파파라치(paparazzi)'라는 말은 이탈리아어 '파파라초(paparazzo)'의 복수형으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 등장하는 사진기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 철저히 비공식로 결혼식을 치룬 심은하-지상욱 부부. 당시 국내 취재진들은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새벽부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으로 팀을 나눠 급파돼 진을 치고 있어야 했다. 사진은 김포공항에서 찍힌 출국 전 심은하-지상욱 부부의 모습.  

1957년 모나코 왕실에서 캐롤라인 공주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경매에 부쳤는데 이 때 몇몇 사진기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을 '파파라치(유명인의 뒤를 쫓아다니며 사생활만 전문적으로 찍어 언론사에 파는 프리랜서 사진사)'의 탄생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보상금을 노리는 그들은 헬기를 띄우거나 잠수함을 타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하는 사진을 찍으려 한다. 또 유럽의 모 사이트는 유명인들의 스케줄 정보를 거금을 들여 사 파파라치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사실 파파라치는 찍히는 대상의 동의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로 부끄러운 행태임에 틀림없다. 특히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파파라치들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다가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생각해보면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행위인지 쉽게 이해가 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머리'라 지칭하는 파파라치들과 신경전을 벌였던 사건들도 적지 않다. 자신을 찍는 파파라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커피를 부어버렸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폭행까지 서슴치 않았던 카메론 디아즈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만큼 일례가 많다.
 
▲ 우연히 제주공항에서 카메라에 잡힌 보아. 삼엄한 경비 속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급하게 차량으로 이동하는 그녀가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왜 국내에는 전문 파파라치가 없을까? 이유는 바로 '사진시장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는 사진시장이라는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팔려는 사람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5천만명이라는 적은 인구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사진을 '사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자체가 없음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꼭 파파라치 사진은 아니더라도 국내의 몇몇 언론매체가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공개되기를 꺼려하는 연예계 톱스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파헤친다. 다만 이 때 파파라치와 사진기자의 다른점은 '뉴스의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단순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과 어떤 사실에 대한 확인을 위해 취재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숨어서 혹은 대상이 모르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파파라치와 동일시 될 순 있으나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언론사가 사진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또는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에 걸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실 초상권에 대한 법 조항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 결혼을 앞둔 김희선과의 인터뷰를 위해 공항에서 기다렸지만 지정된 게이트가 아닌 다른 출구로 얼굴을 가린채 급히 빠져나가는 그녀를 가까스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스타들의 숨기고 싶은 일상과 대중의 알고자 하는 욕구. 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파파라치. 사람들은 파파라치를 싫어하면서도 그들의 사진에 열광한다.

얼마전 축구스타 김남일과 김보민 아나운서의 결혼발표 기자회견에서 '온 국민이 파파라치여서 힘들었다'는 김보민의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대중은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또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파라치 대열에 합류해 어느덧 이를 수면위로 끌어올리기도 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필요악'의 존재 파파라치. 김보민 아나운서의 말대로 '온 국민의 파파라치화'는 그리 멀어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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