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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7년 대한민국은 'UCC의 세상'이다. 영상 기술의 발달로 이젠 누구나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다.
프로야구가 인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이 UCC의 역할이 제대로 한 몫을 하고 있다.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하는 멋들어진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그동안 보거나 느끼지 못했던 구석까지 조명을 받으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비가 벌어질 때는 더욱 힘을 발휘한다. TV 중계가 없는 날도 자체 촬영한 영상을 통해 심판의 오심 등을 세상에 알린다.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노력은 야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SK 김재현은 지난 24일 문학 LG전서 정근우와 권용관이 주루 중 충돌한 뒤 시비가 붙자 가장 먼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간혹 상대팀과 문제가 생겼을땐 늘 앞장 서왔던 그였지만 이날의 '출동'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LG는 지금의 김재현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친정팀. 시비의 당사자인 권용관을 비롯한 LG 선수들과는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팬들 역시 변함없는 애정을 그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재현의 등장은 LG 팬들에게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듯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동영상이 인터넷 상을 돌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LG 팬들은 김재현이 인상을 쓰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김재현이 그럴 줄 몰랐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재현은 "LG 홈페이지 게시판에 나를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고 들었다. 답답했다. 직접 글을 올릴 생각도 해봤지만 오버하는 것 같아 참았다"고 말했다.
김재현이 시비의 당사자 중 하나가 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LG 선수들과 싸우기 위해 뛰쳐나갔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동영상 만으로는 김재현의 진심을 읽을 수 없기에 생긴 오해다.
당시 '이종범의 글러브 동영상'이란 것이 인기를 끌었었다. 역전 결승타를 때려낸 이종범이 9회 수비를 하던 중 글러브를 벗고 무언가 사인을 보내는 장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네티즌들은 그 영상을 두고 "이종범이 마무리 오승환에게 '너를 믿는다. 우린 놀고 있을테니 네가 처리하라'는 의미로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이종범의 재치와 리더십을 찬양했었다.
그러나 정작 이종범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그 소식을 전해듣고는 "김재박 감독님한테 수비 위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뿐"이라며 "거짓말로 멋있어지면 안된다. 기회가 되면 진실을 밝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대회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다.
김재현이나 이종범 모두 영상을 통해 보여진 모습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여지는 것 만으로는 그들이 정작 하고자했던 진실을 모두 알아낼 순 없다.
팬이 많아지면 안티 팬도 늘어난다고 했다. 관심이 높아질 수록 단점 역시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2007 한국 프로야구는 늘어난 인기와 함께 이런 저런 논쟁거리도 많이 나왔다.
논쟁은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또 하나의 권리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의 나열이 꼭 진실은 아닐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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