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감독 유지태는 “AI 시대가 향후 K콘텐츠 시장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창작자들도 이같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와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엔터테이너의 공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AI가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겠지만, 오히려 잘 활용하면 제작자와 창작자가 지금껏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시나리오 작가들이 시작하고 배우, 방송인들이 동참해 반년 가까이 이어졌던 할리우드 총파업은 AI의 증가한 영향력이 창작자들의 착취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고도화한 AI 기술이 작가, 배우 등의 저작권, 초상권을 침해해 생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단 취지였다. 이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할리우드 창작자들이 AI 기술 발전과 콘텐츠 산업을 주제로 토론에 나서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AI가 창작 과정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SF 장르나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등 3D 그래픽을 많이 사용하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 부문이 우선 순위다. 유지태는 “AI가 모든 콘텐츠를 대체할 순 없지만 3D 그래픽을 활용한 기업용 콘텐츠는 쉽게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에는 AI가 같은 이미지의 움직임을 세밀히 연속성있게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유지태는 최근 이같은 문제가 기술 발전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로 작품을 만들면 제작 속도가 빨라져 제작비가 줄어들 것이고,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1인 창작자 시대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다만 AI 시대의 변화에 맞춰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범, 방안들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지태는 “현행 저작권법을 개정할 수 없다면, 우회적인 방안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방법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예컨대 창작자가 집필한 영상 시나리오를 소설이나 웹툰 등 저작권이 인정되는 출판저작물로 내보내거나, 시나리오나 이미지를 블록체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