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10', 뇌절도 진심이면 예술…자동차 액션의 집대성 [봤어영]

前 시리즈 주요 인물 총출동…매력적 빌런 '단테'의 발견
CG 의존 낮추고 실감 높인 액션…로마 폭탄 제거 장면 압권
진부한 부성애와 가족애 서사…스토리의 부실함이 몰입 깨
  • 등록 2023-05-17 오전 8:41:13

    수정 2023-05-17 오전 8:41:13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뇌절’도 진심을 담아 정성껏 빚으면 예술이 된다. 전작들을 챙겨봤던 관객으로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문장이다. 작정한 뇌절로 우주까지 진출했던 ‘분노의 질주9’을 보고 이를 능가할 액션이 또 등장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분노의 질주10’은 한층 더 진화한 자동차 액션으로 그 우려를 보란듯이 날려버린다. 시리즈 통틀어 가장 악하고 캐릭터성 강한 빌런, 매력적 신스틸러와 원년 멤버까지 똘똘 뭉친 ‘돔 패밀리’의 앙상블을 감상하느라 140분이 쉴새 없이 휘몰아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10번째 이야기,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10’)가 오늘(1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분노의 질주10’은 평화롭게 지내던 돔(빈 디젤 분) 패밀리 앞에 분노에 가득 찬 악당 단테(제이슨 모모아 분)가 나타나고, 이에 돔을 비롯한 패밀리들이 그에 맞서 목숨을 건 마지막 질주에 나선 이야기를 그린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지난 2001년 처음 개봉한 뒤 약 20년간 전 세계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텐트폴 블록버스터의 고명 정도로만 인식됐던 자동차 액션을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저예산 B급 영화 느낌을 표방하며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갔지만, 시리즈를 거듭해 더 큰 사랑을 받으면서 스케일이 커졌다. 특히 국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흥행성적도 치솟아 스테디셀러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분노의 질주10’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예전 시리즈들을 미리 챙겨본 뒤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리즈를 다 챙겨보는 게 여의치 않다면 최소 시리즈 5번째 편만이라도 정주행해놓는 게 좋을 것이다. 전작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이하 ‘분노의 질주9’)에서는 원년멤버 ‘한’(성 강 분)이 반가운 귀환을 알렸다면, ‘분노의 질주10’에선 예전 시리즈들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 혹은 당시 주요 인물과 관련한 새로운 인물들이 이 한 편에 다 총출동한다. 특히 돔(도미닉 토레토, 빈 디젤 분)과 함께 시리즈의 최고 인기를 견인했던 원년멤버, 데카드 쇼 역의 제이슨 스타뎀이 이번 편에서 화려히 컴백한다.

줄거리는 시리즈 5번째 작품이었던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의 스토리에서 시작된다. 앞서 돔 패밀리는 브라질의 마약왕 헤르난 리예스(조아큄 드 알메이다 분)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그가 가진 금고 및 재산들을 모조리 태워 소탕했다. 헤르난에게는 아들 단테가 있었다. 아버지의 최후를 목격한 뒤 피를 흘리며 강물에 빠져 죽을 위기를 겨우 모면한 단테(제이슨 모모아)는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돔 패밀리에 가장 고통스러운 최후를 안겨줄 것임을 맹세한다. 이후 오랜 기간 돔을 감시하며 복수를 위한 삶을 산 그는 ‘로마 작전’이란 함정을 파놓은 뒤 패밀리를 위기에 빠뜨린다. 단테의 치밀한 계획과 악랄한 설계에 패밀리는 국제 수배자가 된 채 뿔뿔이 흩어지고, 돔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들 리틀B마저 위험에 빠진다.

시리즈 통틀어 가장 캐릭터성 강한 빌런으로, 이를 해석한 제이슨 모모아의 열연이 돋보인다. 타고난 소시오패스 기질과 유아적 성향,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무조건적인 순종과 존경, 결핍된 가족애와 사회성. 단테는 온갖 콤플렉스들이 모여 괴물이 된 인격으로 묘사된다.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와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기에 자신의 삶도 망가진 것이라 믿는 단테는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돔이 자신을 망쳤다고 외친다. 그렇게 돔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약점인 ‘패밀리’를 갈라놓지만, 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길에서 ‘가족’이란 하나의 목표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패밀리의 강인함과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빌런이 강력한 만큼 스케일도 커졌다. 로마와 리우 데 자네이루, 포르투갈, 런던 다양한 로케이션들을 오가는 카체이싱 액션이 압권이다. 전작보다 CG 비중을 줄이고 스턴트 액션을 강화해 생생함을 높인 장면들이 눈에 띈다. 특히 단테가 처음 패밀리를 함정에 빠뜨린 로마 도심에 굴러다니는 초대형 구형 폭탄을 설치해 투척하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돔과 아내 레티를 비롯한 패밀리가 자동차와 트럭, 오토바이를 총동원해 막아내는 초반부 액션 장면은 이 영화의 단연 백미다. CG 없이 오로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현실감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리우에서 처음 만난 돔과 단테의 레이싱 대결을 비롯해 하늘을 가르는 무중력 액션, 자동차를 건져 올리려는 헬리콥터들과의 사투 등 롤러코스터같은 액션장면들이 지루할 틈 없이 극을 메운다. 4DX나 아이맥스, 스크린X 등 특수관에서 보면 쾌감이 더욱 배가 될 것이다.

다만, 스토리 면에서의 흥미와 완성도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전작에선 돔과 남동생 제이콥(존 시나 분)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돔이 과거와의 묵은 응어리를 청산하고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꽤 심도있게 묘사했다. ‘분노의 질주10’에선 형제 서사가 부자(父子), 나아가 가족애에 대한 서사로 확장되는데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의 연결고리들이 부실하고 식상하게 느껴진다. 전작의 악역 싸이퍼가 단테에 의해 피해자가 되면서, 한시적으로 돔 패밀리와 손을 잡고 협력하는 과정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루한 클리셰와 뚝뚝 끊기는 장면들이 중간 중간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의 주요 장면에서 귀를 트여주는 OST의 향연도 즐겁다. 방탄소년단 지민이 참여한 OST ‘Angel PT1’이 극의 메인 음악으로서 광활한 해외 로케이션의 배경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쿠키 영상은 1개이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챙겨보길 바란다.

17일 국내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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