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우주선처럼 강렬…관객과 이승윤의 짜릿한 도킹

-심사위원 리뷰
이승윤 전국투어 콘서트 '도킹'
우주공간처럼 꾸민 연출 돋보여
록 사운드 무대로 진면목 알려
  • 등록 2023-03-06 오전 6:30:00

    수정 2023-03-06 오전 7:03:19

(사진=마름모)
[정덕현 문화평론가] 콘서트장에 수천 개의 별이 떴다. 객석 응원봉의 물결이 만든 별들이다. 콘서트는 우주공간으로 여행을 나서는 우주비행사 이승윤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제 이승윤이 우주가 된 객석의 관객을 향해 나아갈 거라는 전언이고, 그렇게 관객과 짜릿한 도킹을 할 거라는 예고다. 마치 우주를 향해 쏘아질 우주선처럼 무대 밑에서 서서히 올라온 이승윤은 강렬한 록 사운드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객석을 채운 7000여명은 함성과 박수로 기꺼이 관객을 찾아 나선 이승윤의 새로운 여정에 화답했다.

지난달 18~19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된 2023 이승윤 전국투어 콘서트 ‘도킹’은 그렇게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 부산, 대전, 용인, 광주로 이어지는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미 지난해 3월에 같은 제목으로 콘서트를 했지만, 굳이 ‘도킹’을 이 콘서트의 이름으로 삼은 건 정규 1집 수록곡 ‘도킹’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애매한 시절 속에 폐허가 될 순 없어’라며, ‘네 꿈과 친구가 되고파’ 그러니 ‘노래 안에서 만나자’고 했던 그 가사의 이야기가 이 콘서트의 의미를 제대로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청춘들에게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허무에 빠지기보다는 함께 이를 바라보고 의지하면서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도킹’의 만남은 그래서 서로 보듬을 수는 없지만 노래가 그걸 해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승윤하면 대중은 JTBC ‘싱어게인’이 탄생시킨 오디션 스타를 떠올린다.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을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 폭발적인 록 사운드로 들려준 그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또 좀 더 대중적인 곡으로 드라마 ‘그 해 우리는’ OST로 부른 ‘언덕나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이승윤의 전부는 아니고, 오히려 진면목은 따로 있다는 걸 이 콘서트는 정확히 보여준다. 이미 2011년 데뷔해 꾸준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해왔고 또 2019년에는 알라리깡숑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던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발라드도 잘 부르지만, 폭발력 있게 뿜어내는 록이 더 어울리고, 오디션 무대 같은 방송에서도 거침없이 솔직한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지만, 관객과 더불어 말 그대로 ‘도킹’하는 콘서트 무대가 더 잘 어울린다.

(사진=마름모)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폭발적인 무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승윤이 자주 관객과 함께 노래하고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사실 록 사운드 위에 철학적인 내용을 얹은 이승윤의 곡은 결코 가사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운 가사에 담긴 공감대는 그걸 이해하고 따라 부르는 팬들 속으로 들어오면 곡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정규 1집에서 현 청춘들이 마주한 폐허 같은 현실이나(‘페허가 된다 해도’), 누군가의 비극이 그것을 막을 교재가 되고 그래서 더 많은 비극을 필요로 하는 부조리(‘교재를 펼쳐봐’)가 웃기면서도 슬픈 희비극(‘코미디여 오소서’)이라 말하는 이승윤은, 이번 앨범에서도 나침반도 북극성도 없어 방황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겠다는 의지(‘꿈의 거처’)를 드러낸다.

그의 생각과 외침이 관객들로부터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는 ‘도킹’ 콘서트의 광경은 그래서 이승윤이 꿈꾸는 새로운 여정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외침과 울림이 세상을 바꾸기도 했던 그런 록의 정신을 이승윤은 콘서트를 통해 다시금 깨워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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