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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원중학교 야구부 박건수(51) 감독은 유소년 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잠깐 선수로 활약하다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뒤 23살에 유소년 야구 지도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올해로 벌써 28년째 미래의 프로야구 스타를 키우고 있다. 국내 유소년 야구에서 손꼽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이 박건수 감독의 제자다. 부천중학교 감독 시절 당시 부천북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김하성의 재능을 발견했다. 박건수 감독은 당시 초등학생 김하성을 이렇게 기억했다.
“제가 관산초등학교 감독을 맡을 때 부천북초등학교와 경기를 했는데 조그마한 아이가 아주 다부지더라고요. 지도자를 잘 만나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1년 뒤에 제가 부천중학교 감독으로 가게 됐죠. 그래서 바로 김하성을 데려오게 됐습니다”
김하성이 부천중학교에 오자마자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었다. 체격이 너무 작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산만했다.
“처음에는 훈련을 잘 안 시켰어요. 운동센스는 너무 좋은데 완전 개구쟁이다 보니 운동에 집중하지 못했어요. 한 번은 훈련을 하는데 양말이나 모자, 벨트 등을 하나도 안 챙겨 왔더라구요. 그래서 심하게 혼을 낸 적이 있죠. 그 이후 하성이가 조금씩 바뀌더라구요. 다행히 학년이 올라가면서 산만한 성격도 많이 좋아지고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소년 야구 지도자로서 오랜 시간을 보낸 박건수 감독은 자신만의 야구 철학이 투철하다. 아이들에게 ‘지시’가 아닌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높이에 맞춰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처음에는 저도 성적에 욕심을 냈고 실제로 좋은 성적을 냈어요.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프로에 많이 못 가더라고요. 왜 그런 게 생각해보니 감독 위주의 야구를 시켰던거에요. 아이들의 장래보다 내가 살기 위한 야구를 했던 거죠”
아이들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박건수 감독은 경기에서 번트나 작전을 배제했다. 대신 선수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하게 된 아이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김하성도 마찬가지였다. 180cm도 안되는 작은 체격에도 한 시즌 40홈런을 때린 밑바탕에는 강한 손목힘과 함께 타석에서 마음껏 휘두를 수 있도록 이끈 박건수 감독의 철학이 있었다.
김하성 외에도 박건수 감독의 제자 중 상당수가 오늘날 프로야구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 홀드왕 장현식(KIA)은 부천중에서 박건수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문경찬(롯데), 김호령, 이창진(이상 KIA) 등은 초등학교 감독 시절 길러 낸 선수다.
이번 시즌 신인 가운데는 롯데 2차 3라운드에 지명된 내야수 윤동희와 삼성 2차 5라운드에 뽑힌 김서준이 박건수 감독의 제자다.
박건수 감독은 제자들에게 항상 입이 닳도록 강조한다.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과 데이터가 강조되는 오늘날 야구지만 결국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28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 어떻게 하면 훈련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였어요. 결론은 훈련을 열심히 하는 방법뿐이더라구요. 프로선수가 되려면 거기에 맞게 몸이 적응돼야 합니다.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땀의 소중함을 알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결국 올라가게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