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순한맛' 다 가능…하반기 방송가 강타한 '언니 예능'

걸그룹 환불원정대·여은파→센 언니 표 매운 예능 강세
최초 女 스포테이너 예능 '노는 언니'…직군 다양해져
평균 나이 68세 '같이 삽시다'…중장년 여성 힐링
  • 등록 2020-09-09 오전 6:00:00

    수정 2020-09-09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여성들의 활약은 올 하반기 예능계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수, 스포츠 스타, 배우 등 직종은 물론 40~60대 중장년층까지 나이대도 불문한 다채로운 여성 출연진이 전면에 나선 프로그램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갈고닦은 능력과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세상의 편견에 쿨하게 맞서는 이들의 당당함과 출연진 간 섬세한 배려와 연대감, 부드러운 카리스마, 유쾌한 입담 등이 자연스러운 웃음 요소로 안착해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이다.

걸그룹 환불원정대, 예능 ‘노는 언니’ 포스터. (사진=MBC ‘놀면 뭐하니?’. E채널 ‘노는 언니’)
최근 방송가는 개성 강한 ‘센 언니’들이 보여주는 ‘매운 맛’ 예능이 안방극장을 접수 중이다. MBC ‘놀면 뭐하니?’의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혼성그룹 ‘싹쓰리’(SSAK3)로 방송가는 물론 음원차트까지 접수했던 MBC ‘놀면 뭐하니?’는 걸그룹 ‘환불원정대’(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 프로젝트로 ‘싹쓰리’를 능가하는 화제성과 인기를 구가 중이다. 유재석의 새 부캐(부캐릭터)인 프로듀서 지미 유가 환불원정대 멤버들과 첫 회동한 지난달 22일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1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데 이어 불과 일주일 뒤인 지난달 29일 방송은 13.3%로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또 지난 5일 방송까지 쭉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환불원정대 멤버들의 의견과 활동이 중심을 이루고 유재석 등 남성 출연진은 제작자, 매니저로서 기존의 예능에서 줄곧 여성 출연진이 담당해왔던 보좌와 의견조율을 수행하는 일종의 ‘역할 반전’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재미 요소가 된다”며 “노련한 국민 MC가 본캐(본캐릭터)인 유재석마저 ‘센 언니’들의 거침없는 말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황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한혜진, 박나래, 화사 등 여성 멤버들만 따로 모아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란 스핀오프 웹예능을 선보여 본방송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지상파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언니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입담 덕분에 출범 한 달 만에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했다.

보다 다양한 연령층과 직군을 대변하는 여성 예능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방송 중인 KBS2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배우 박원숙, 김영란, 문숙, 가수 혜은이가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관찰 예능이다. 출연진의 평균 연령이 무려 68세인 이 프로그램은 노년을 앞둔 많은 중년 여성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건네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티캐스트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고 ‘놀아보는’ 세컨드라이프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골프선수 박세리를 필두로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 정유인(수영), 한유미(배구), 김은혜(농구)가 출연 중이다. 늘 남성으로 한정돼왔던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의 계보에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새롭게 발굴해 변화를 줬다.

이들의 활약은 방송가에 ‘여성 예능’ 붐을 몰고온 분위기다. SBS플러스는 이달 중 개그우먼 이영자와 김원희, 그룹 샵 출신 가수 이지혜를 3MC로 내세운 새 예능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방송한다. 정치인, 기업가 등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의 일상과 고충부터 시청자들의 고민 사연까지 함께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예능이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다양한 포맷의 여성 예능들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남성 예능의 ‘아류’격으로 평가 절하되거나 ‘도전’ 자체에만 의의를 두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꾸준한 시도와 여성 출연진의 발굴로 계속 길을 닦고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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