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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오전 11시4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홀 티잉 그라운드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골프황제’ 우즈의 티오프 시간이 다가오자 수천 명의 갤러리가 구름처럼 몰려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즈가 20번째 마스터스 출전의 티샷을 날렸다. 창공을 가르며 한참을 날아간 공은 페어웨이 한복판에 떨어졌다. 1번홀(파4)에서 무난하게 파를 잡아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2번홀(파5)에서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575야드의 긴 홀이지만, 내리막 경사를 타고 내려가면 2온도 노릴 수 있다. 우즈의 티샷은 페어웨이 가운데 내리막 경사면에 멈췄다. 우드를 잡고 2온을 노렸지만, 아쉽게 그린 앞 벙커로 들어갔다. 하지만, 우즈는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옆 1.2m 거리에 붙이면서 버디를 만들어냈다. 순간 수천 명의 갤러리는 한꺼번에 환호했다.
우즈는 마스터스에 22번째 출전했다. 1995년과 1996년 아마추어 출전했던 2번이 경험을 제외하고 프로 데뷔 이후에만 20번째 출전한다. 매년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만큼 이제는 눈 감고 쳐도 될 정도로 훤하다. 우즈는 전날 기자회견 때 “내 머릿속에 마스터스에 대한 작은 도서관이 들어 있다”고 코스 공략에 대한 자신을 보였다.
2번홀이 반드시 버디를 해야 하는 홀이라면, 5번홀은 파로 지켜야 한다. 올해 전장을 늘려 495야드로 길어졌다. 아쉽게 우즈는 이 홀에서 보기를 했다. 그러나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 9개 홀에서 1언더파를 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후반으로 접어든 우즈는 어려운 홀들을 파로 지켜내는 전략적인 공략으로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나갔다. 내리막 경사로 이뤄진 10번홀(파4)은 웬만해선 버디가 잘 나오지 않는다. 우즈는 이 홀을 무난하게 파로 넘겼다. 이어진 11번홀(파4) 역시 난도가 높다. 전체 길이는 505야드로 10번홀보다 10야드가 더 길다. 이어진 12번과 13번홀까지 공략이 까다로워 ‘아멘 코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우즈는 11번과 12번홀을 파로 지켜내며 안전하게 지나갔다.
2언더파는 우즈에게 가장 기분 좋은 성적이다. 역대 4번의 우승 가운데 3번의 우승 때 첫날 70타를 쳤다. 우즈에겐 우승 시그널인 셈이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1년과 2002년 그리고 2005년 우승했다. 앞선 3번의 우승 때는 모두 1라운드 대 2언더파를 기록했다. 2005년 대회 땐 2오버파로 출발하고도 이후 3일 경기에서 14언더파를 쳐 우승했다. 만약 우즈가 2라운드 때 6언더파를 치면 우승 확률은 더 올라간다. 1997년과 2001년 그리고 2005년 우승 때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우즈가 마스터스 첫날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만큼 2라운드부터는 더 많은 갤러리가 우즈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1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후 11년째 제동이 걸렸다. 메이저 대회 15승은 지난해 투어챔피언십에서 통산 80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선수로 유일하게 마스터스에 출전한 김시우(24)는 첫날 이븐파를 적어냈다.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기록했다. 올해가 마스터스 출전 3번째인 김시우는 역대 가장 좋은 출발이다. 2017년 처음 출전해서는 1라운드 때 78타를 쳤다. 지난해엔 75타로 마스터스를 시작했다. 김시우 경기 뒤 “이븐파면 첫날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며 “내일부터는 퍼트에 신경을 더 쓰면서 공격적으로 치겠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이날 그린에서 고전했다. 3번과 5번, 8번, 16번, 17번에서 2~3m 거리의 버디 기회가 찾아왔으나 퍼트가 조금씩 홀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