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은 표정이었다. 뿌듯함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럴만 했다. 배우 남지현이 주연을 맡은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은 지난 30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14회는 12.6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를 기록했다. 역대 tvN 드라마 TOP4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을 잃은 왕세자 이율/원득(도경수 분)과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윤이서/홍심(남지현 분)의 로맨스다. 익숙한 로맨스 사극의 얼개를 하고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색다른 디테일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지현은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스토리, 배우들의 합”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용감한 홍심이, 공통점 많아”
초반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는 전래동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연상시켰다. 세상 물정 모르는 원득이 사고를 치면 현명한 홍심이 이를 수습했다. “팔푼이, 망할놈의 왕세자”란 대사는 그의 강직한 성품을 말해줬다. 캐릭터의 야무진 성격이 남지현과 닮아보인다는 말에 “70% 정도 비슷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감정 보다 이성이 앞서는 성격이에요. 후반부 사건이 휘몰아치지만, 그런 점에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빨랐어요. 웃으면서 할 말 다 하는 것도 똑같죠. 그렇지만 홍심이 만큼 용감하진 못해요.”
MBC ‘쇼핑왕 루이’(2016), SBS ‘수상한 파트너’(2017), 이번 ‘백일의 낭군님’까지 3연타 홈런이다. 셋 다 기대 이상 성적을 기록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현명한 캐릭터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시청자에게 호감을 얻은 비결이자 한편으론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는 “특정 장르를 고집한 건 아니”라며 “‘백일의 낭군님’은 캐릭터 보단 사극이란 배경의 신선함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
“(도)경수 오빠는 항상 진지한 자세였어요. 스케줄이 바쁜데 매 순간 집중하는 게 느껴졌죠.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은 없었어요. 두 살 터울이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 좋은 동료였어요.”
극중 도경수와 알콩달콩 로맨스는 ‘백일의 낭군님’의 인기를 견인했다. 수차례 등장한 키스신을 언급하자 남지현의 볼이 발그레 변했다. 일반적인 사극과 비교해 키스신이 길었다는 말에 “예쁜 장면을 오래 보여주고 싶은 감독님의 마음”이라며 “촬영하면서 민망한 적은 없었다.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며 딴청을 피웠다.
실제 그는 도경수가 속한 그룹 엑소의 팬이었다. 아이돌 멤버를 직접 만날 기회는 거의 없어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 엑소 멤버와 연기한다고요!”
송주현 마을신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정해균, 이준혁, 김기두, 이민지 등과 유쾌한 호흡을 보여줬다. 극 안팎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웃느라 NG가 나 곤란한 적도 있었다.
|
남지현에게 ‘백일의 낭군님’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했다. 2004년 데뷔해 아역배우 출신인 그에게 첫 아역이 생겼다. 1회에 등장한 아역 배우 허정은이었다. “느낌이 이상할 줄 알았는데 마냥 고맙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빡빡한 촬영 현장에서 아역들이 얼마나 고생할지 잘 아는 그였다. “아역 친구들이 잘해줘 마음이 편했다”고 덧붙였다.
100% 사전제작돼 촬영은 일찌감치 마쳤다. 그 덕에 요즘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다. 10대 때도 일반 중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현재 서강대 심리학과 3학년 재학 중이다. 인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교한다.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MT도 다녀왔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소개팅도 해봤다. 소개팅 결과가 궁금하단 말에 잠시 망설인 그는 “노코멘트”라고 입을 가렸다.
아역배우로 출발해 연예인이 직업인 그였지만, 꾸준히 지켜온 ‘일상성’이 배우 남지현의 매력이었다.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는 체력도 됐다.
“일찍 일을 시작했잖아요. 배우 남지현의 삶과 학생 남지현의 삶은 180도 다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도 방학 때만 일을 했거든요. 그런 생활을 10년 넘게 했으니 균형을 잡게 됐어요.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30대에는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백일의 낭군님’도 그 과정에 있는 작품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