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뱅 0%대 시대]②다양성 부재로 '그들만의 리그' 전락

  • 등록 2017-04-08 오전 6:00:00

    수정 2017-04-08 오전 6:00:00

7일 방송한 KBS2 ‘뮤직뱅크’(사진=화면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상파 3사 간판 음악프로그램들이 현재 직면한 시청률 부진의 원인을 이 같이 지적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제작진은 습관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것에, 가수와 기획사는 자신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에만 신경을 쓴 게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현재 지상파는 프로그램의 표현 수위나 편성된 프로그램 장르들을 감안할 때 중장년층이 많이 시청할 수밖에 없는 채널이 돼 버렸다”며 “시청률 공략을 위해서라면 타깃 시청층을 폭넓게 가져가는 게 유리한데 현재 출연진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금요일 KBS2 ‘뮤직뱅크’, 토요일 MBC ‘쇼! 음악중심’, 일요일 SBS ‘인기가요’로 이어지는 주말 지상파 3사의 간판 음악프로그램 행렬은 출연진 면면을 보면 모두 10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빠른 음악과 현란한 퍼포먼스를 갖춘 아이돌 그룹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순서만 다를 뿐이지 대부분 출연진이 겹치고 노래, 안무도 똑같다. 지상파 채널이 3개인데 화~목요일에는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 SBS MTV, MBC뮤직, Mnet에서 엇비슷한 형식으로 방송을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궂이 모든 프로그램을 다 봐야할 이유가 없다. 차별점이라고는 1위를 선정하는지 여부와 그 1위가 누가 되는지다. 그나마 선정되는 1위도 겹치기 일쑤다.

더구나 요즘 많은 10대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TV를 통해 보지 않는다. 각 프로그램들의 본방송이 편성된 시간은 10대들 대부분이 학교나 학원에 있을 시간이다. 타깃 시청층과 편성시간, 콘텐츠 내용이 모두 엇박자다.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편성돼 매주 흘러간 옛노래를 중심으로 중장년 가수부터 젊은 가수까지 다양한 출연진이 무대를 꾸미는 KBS1 ‘가요무대’는 지난 3일 9.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요일 오후 6시 편성돼 지상파 3사의 예능 간판인 일요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과 경쟁하는 KBS1 ‘열림음악회’도 2일 시청률이 2.8%로 소위 간판이라는 소리를 듣는 음악프로그램들보다 2배 이상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출연진과 음악이 편성 시간대 시청자들의 선호도와 맞물린 결과다. 이 프로그램들은 출연진의 현재 이름값만으로 따지면 ‘뮤직뱅크’ 등에 크게 못 미친다.

대중음악이 주요 콘텐츠인 프로그램이라면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가수들도 아이돌 그룹들과 함께 출연시키는 게 시청률 공략에는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무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이차가 27세, 장르도 전혀 다른 가수 현철과 댄싱퀸 김완선은 1988년 함께 당시 KBS 간판 음악프로그램이었던 ‘가요 톱10’ 등에서 순위경쟁을 펼쳤고 그해 말 나란히 각 방송사 주요 가요대상에서 수상을 했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다양한 장르의 많은 가수들을 한 프로그램에서 무대에 올리는 게 어렵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제작진의 역할이고 능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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