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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프로그램 판매→글로벌 공동기획
근래 포맷 판매는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에 한정됐다. ‘런닝맨’은 유튜브 등을 통해 중국어권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인기에 힘입어 공동제작을 진행했다. MBC ‘나는 가수다’, ‘아빠!어디가?’는 중국에 판권을 판매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당초 판권 판매를 고려해 제작하진 않았다.
요즘엔 기획 단계부터 포맷 판매를 염두에 둔다. 지난 16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소사이어티 게임’은 tvN이 엔데몰-샤인 그룹(Endemol Shine Group)과 손잡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엔데몰-샤인그룹은 ‘빅브라더’·‘마스터셰프’·‘머니드롭’·‘딜 오어 노딜’ 등 2300여개 포맷을 보유·관리하는 글로벌 포맷제작사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양 사가 공동기획해 tvN이 제작하고, 엔데몰-샤인이 배급한다. 연출을 맡은 정종연PD의 기획 초안을 바탕으로 엔데몰-샤인그룹 소속 크리에이터가 함께 구성안을 다듬어 갔다.
지상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MBC는 최근 미국 미디어그룹 NBC유니버셜과 포맷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방송포맷 개발이 목표다. 예능국 PD 등이 모인 특별 팀이 꾸려져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KBS는 글로벌사업팀, SBS는 글로벌제작사업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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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은 왜 포맷 사업으로 눈을 돌렸을까. 한동안 국내 방송사는 중국이란 단일 시장에 집중했다. 고급 인력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등 중국은 기회의 땅으로 통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만 목맬 수 없었다.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만큼, 중국 미디어를 관리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강화했다. 지난 7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류 압박에 나서면서 시장이 위축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의 불안요소는 방송사가 전 세계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험은 큰 힘이 됐다. 잘 만든 포맷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보다 포맷 사업에서 앞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는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BC유니버셜이 국내 여럿 방송사 중 MBC와 손잡은 이유는 ‘아빠!어디가?’다. 중국판 ‘아빠!어디가?’는 광고 등으로 약 500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NBC유니버셜과 계약을 담당한 문형찬 MBC 편성국 차장은 “예전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방송사에 포맷을 판매하려고 했다. 요즘은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흥미로워 한다”면서 “MBC ‘복면가왕’, ‘마이리틀텔레비전’ 등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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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맷 사업은 영미권과 비교해 10여년 정도 뒤쳐졌다. 국내에선 2010년을 기점으로 제작 편수 및 수출액이 급증했다. 지상파 보단 비지상파, 그중에서 CJ E&M이 포맷 사업에 일찍이 눈을 떴다. 지상파에 대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포맷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포맷 수출입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도 양성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들이 직접 바이블을 만드는 등 포맷 판매에 앞장서야 했다. 문형찬 MBC 편성국 차장은 “포맷 사업은 최근 활성화됐다”며 “중국과 공동제작 등을 통해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추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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