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박결 "상금왕 오를 때까지 국내 전념"

  • 등록 2015-02-09 오전 6:54:00

    수정 2015-02-09 오전 6:54:00

박결이 8일 태국 칸차나부리 미션힐 골프장에서 연습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하는 박결은 신인왕을 목표로 한달째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사진=리한스포츠)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오전 5시 20분에 눈을 떠야 한다. 정해진 아침 식사 시간은 6시. 행여 10분이라도 늦었다간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한 달을 꼬박 넘겼지만 여전히 아침 기상은 힘들다. 그렇게 시작되는 훈련은 캄캄한 밤이 돼서야 마무리된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박결(19·NH투자증권)의 태국 칸차나부리 전지훈련 모습이다.

8일, 일주일에 딱 하루 있는 달콤한 휴일이어서인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결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훈련 일정을 먼저 물었다. 이어지는 진한 한숨에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 강도가 짐작이 갔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훈련하고 있다. 온도가 높고 습한 곳이라 육체적인 피로도는 더 높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다”라고 털어놨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러자 꼭 정복해야 할 산이 있어서 힘들지만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박결은 “50야드 웨지 샷이 취약점이다. 주니어 시절에는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운 좋게 성적을 냈지만 프로 무대는 다르지 않은가. 50야드는 파5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하게 되는 거리다. 버디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결정된다. 이는 대회 성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한다”며 “하루에 2시간 이상은 50야드 샷에만 집중하고 있다. 실제 코스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서 너무 좋다.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밝혔다.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는 것도 숙제다. 250야드 정도는 KLPGA 투어 평균 수준보다 높다. 하지만 20야드 정도를 더 보내겠다는 것이 박결의 욕심이다. 국내나 해외 투어 모두 전장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라 지금의 비거리에 불만이 많다.

박결은 “드라이버 샷은 나의 장기이자 또한 단점이다. 100% 가까운 확률로 페어웨이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거리가 딸리다 보니 긴 파4홀에서는 버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당장은 드라이버 샷 감이 좋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고 싶진 않다. 시즌이 개막한 후 훌륭한 선배들과 경기를 하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결이 기록한 한 라운드 최고 성적은 8언더파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마지막 날 적어낸 스코어다. 하루 동안 8타를 몰아친 박결은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바랐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행복한 일만 가득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8’이 됐다.

먼저 금메달로 KLPGA 정회원 자격을 시험 없이 획득했다. KLPGA 정규 투어 시드전에서는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수석을 차지했다. 곱상한 외모에 매서운 골프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KLPGA 투어 흥행을 책임질 ‘대형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고, 프로 전향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기업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최종 승자는 NH투자증권. 박결의 장래성을 높이 평가해 신인으로는 특급 대우인 연간 2억원을 베팅했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박결은 “계약서를 보고 난 후 비로소 프로 골퍼라는 게 실감이 났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박 프로’라고 부를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프로’ 옷을 입은 만큼 내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소속사에게도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대부분의 루키가 그렇듯 신인왕이다. 박결은 “즐기는 골프로 투어에 적응하겠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최소 2승 이상의 성적으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에 꼭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전했다. 그는 “많은 훌륭한 선배들이 올해 해외로 진출했다. 언젠가는 나도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국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다. 가장 욕심나는 상인 상금왕 타이틀을 손에 쥔 후 당당하게 해외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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