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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일주일에 딱 하루 있는 달콤한 휴일이어서인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결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훈련 일정을 먼저 물었다. 이어지는 진한 한숨에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 강도가 짐작이 갔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훈련하고 있다. 온도가 높고 습한 곳이라 육체적인 피로도는 더 높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다”라고 털어놨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러자 꼭 정복해야 할 산이 있어서 힘들지만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박결은 “50야드 웨지 샷이 취약점이다. 주니어 시절에는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운 좋게 성적을 냈지만 프로 무대는 다르지 않은가. 50야드는 파5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하게 되는 거리다. 버디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결정된다. 이는 대회 성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한다”며 “하루에 2시간 이상은 50야드 샷에만 집중하고 있다. 실제 코스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서 너무 좋다.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밝혔다.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는 것도 숙제다. 250야드 정도는 KLPGA 투어 평균 수준보다 높다. 하지만 20야드 정도를 더 보내겠다는 것이 박결의 욕심이다. 국내나 해외 투어 모두 전장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라 지금의 비거리에 불만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결이 기록한 한 라운드 최고 성적은 8언더파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마지막 날 적어낸 스코어다. 하루 동안 8타를 몰아친 박결은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바랐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행복한 일만 가득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8’이 됐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박결은 “계약서를 보고 난 후 비로소 프로 골퍼라는 게 실감이 났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박 프로’라고 부를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프로’ 옷을 입은 만큼 내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소속사에게도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대부분의 루키가 그렇듯 신인왕이다. 박결은 “즐기는 골프로 투어에 적응하겠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최소 2승 이상의 성적으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에 꼭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전했다. 그는 “많은 훌륭한 선배들이 올해 해외로 진출했다. 언젠가는 나도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국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다. 가장 욕심나는 상인 상금왕 타이틀을 손에 쥔 후 당당하게 해외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