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부산)=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한국 축구사에 잊을 수 없는 장면 중에 하나로 ‘도하의 기적’을 꼽곤 한다. ‘도하의 기적’은 지난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이 우여곡절 끝에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진출했던 일을 뜻한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밀려 자력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일본과 맞붙은 이라크가 1대2로 뒤지고 있던 후반 인저리 타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고 덕분에 한국은 골득실 차로 일본 대신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샤우캇 아민 코르키(Shawkat Amin KORKI) 감독의 ‘킥 오프’가 한국 관객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축구에 대한 이라크와 한국이 이런 인연 덕도 크다. 또한 한국은 이라크전 발발당시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기도 했다.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의 ‘킥 오프’는 바로 이라크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이라크 현지에서 축구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샤우캇 감독은 12일 오전 11시 부산시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감독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와 제작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 지역은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상황이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연일 폭탄테러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키르쿠크 지방은 현재 복합적인 이유로 치안이 불안한 상황. 감독은 그곳에서 위험을 무릎서고 ‘킥 오프’를 촬영했다.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은 “치안의 위협보다는 섭씨 50도가 넘는 기온과 전쟁으로 인해 영화촬영 기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더 힘들었다”며 “주연배우가 촬영 이틀 전에 잠적을 해 난감하기도 했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우문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영화를 촬영한 이유를 물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건설 중이던 키르쿠크 스타디움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스타디움은 폐허가 됐고 그곳은 일종의 빈민가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희망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또 다시 일어나는 참극을 통해 전쟁과 이라크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