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찾든 TV를 보든,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기사를 찾아 읽거나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보며 스포츠를 즐긴다.
최근에는 여기에다 스포츠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생겼다. 스포츠 웹툰(Webtoon·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을 챙겨보는 것이다. 최훈씨와 김근석씨 등 재기 발랄한 작가들이 그려내는 '카툰 스포츠'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프로야구 카툰의 대명사 최훈
인기의 비결은 한 주간의 프로야구 상황을 8팀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통해 함축적이고 재치 있게 녹여내는 데 있다. 25일 올라온 '분노의 질주' 편에선 선동열 감독의 얼굴을 한 사자가 고민 끝에 '내가 던져 볼까'란 대사를 읊는다. 왕년의 명투수 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고 싶을 만큼 부진한 현 삼성 투수진의 상황을 꼬집는 컷. 이런 식으로 팀당 한 컷씩, 8컷으로 8팀의 얘기를 담는다.
지난 23일 만난 최훈씨는 TV 리모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매일 이렇게 네 경기를 돌려보다 보면 '이걸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한정된 컷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온종일 아이디어 구상만 할 때가 잦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비교해 야구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요. 제 웹툰이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K리그를 내 손안에, 샤다라빠
'풋볼 다이어리'는 고양이 캐릭터인 샤다라빠가 그 주 K리그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웹툰이다. 프로축구연맹의 무능을 꼬집는 거침 없는 쓴소리도 '풋볼 다이어리'의 매력이지만 재치 넘치는 유머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비결이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패러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축구 팬으로서 K리그를 다룬 웹툰이 하나도 없다는 데 실망해 직접 그리게 됐다"는 김씨는 프로축구 중계가 거의 없는 탓에 주위 팬들의 이야기나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프로야구 롯데를 다룬 '꼴데툰' 등 현재 5편의 스포츠 웹툰을 연재하는 김씨는 "팬들이 제 웹툰을 보고 K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반응을 보일 때 그리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