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의 선수들… 한국 핸드볼은 여전히 서럽다

세계적 스타 윤경신, 13년 만의 고국 복귀전
다이소배 실업대회 목포대체육관은 썰렁
  • 등록 2008-09-05 오전 8:36:39

    수정 2008-09-05 오전 8:36:55

[조선일보 제공] "세계적인 선수가 이런 아스팔트 위에서 연습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4일 전남 무안군 목포대체육관 옆. 두산 이상섭 감독이 혀를 찼다. 그가 말한 '세계적인 선수'는 바로 윤경신(35). 2001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그는 이날 다이소배실업핸드볼대회에서 13년 만에 국내 복귀전을 치렀다.

경기 전 그는 체육관과 대학 구내 운동장 사이의 도로에서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대학 1년 후배인 홍기일 코치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에 앞서 김옥화 실업핸드볼연맹 이사가 그의 국내 복귀를 축하하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핸드볼 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통산 2790골로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고, 7차례 득점왕에 오른 스타의 복귀전으로는 지나치게 초라했다.

당초 이상섭 감독은 윤경신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요. 예전보다 스피드, 점프력 모두 떨어졌죠. 팀에 왼손잡이 선수가 두 명밖에 없어 교체가 쉽지 않지만 수비 때만이라도 바꿔줘야죠."

하지만 윤경신은 팀이 패기의 상무와 접전을 벌이자 감독에게 손짓을 하며 수비까지 책임을 지겠다며 버텼다. 몸을 내던지며 상대 패스를 가로챘고, 2m3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중거리포를 앞세워 7득점을 올리며 팀의 21대14 승리를 이끌었다.

"뭐, 독일하고 비교가 되겠습니까? 국내 핸드볼 환경이야 그렇죠. 큰 기대 안 했습니다." 윤경신은 경기 후 "사이드라인에서 벽까지 불과 1m도 떨어져 있지 않아 부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목포대체육관은 핸드볼 경기장으로는 작은 규모. 윤경신은 그러나 "13년 만에 돌아와 새롭다. 한국 핸드볼 인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대회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도 출전하지만 5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여전히 썰렁했다. 대표팀 왼쪽 날개 안정화(대구시청)는 "어제까지 여기 저기 불려 다니며 환영행사에 참석했는데 막상 경기장 모습은 여전하다"며 웃었다.

▲ 다이소배 실업핸드볼대회에서 13년 만에 국내 복귀전을 치른 윤경신이 경기에 앞서 체육관 앞 아스팔트 도로에서 동료들과 함께 몸 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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